스포츠와 예술의 접점 ‘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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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인은 신체의 중요성을 잊고 있다.” 불과 150년 전 독일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는 몸이 정신에 비해 주목받지 못하는 세태를 지적했다. 이원론적 세계관이 지배적이었던 서구 역사에서 인간의 몸은 오랫동안 정신에 종속된 하위 존재로 홀대당했다. 그러나 20세기 들어 몸의 가치는 급부상했다. 현대 사회에서 ‘몸’에 대한 관심은 숭배에 가까울 만큼 뜨겁다. 아름다운 외모에 대한 동경을 넘어 운동, 수술 등으로 원하는 몸을 만드는 시대가 열렸다.

미술사에서도 ‘몸’은 빠질 수 없는 주제다. 인간의 ‘몸’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모든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주는 소재였다. 오랜 시간 미학적 대상이었던 몸은 현대미술가들에게 새로운 표현의 도구가 됐다. 때로 몸을 해체하고 조립하는 현대미술은 대중에게는 낯설고 어렵게 느껴지기도 한다. 몸을 ‘일부러 불편하게’ 표현하는 현대미술에 좀 더 쉽게 다가서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오는 8월 19일까지 소마미술관에서 열리는 ‘일부러 불편하게’展(전)이다.

한계륜 ‘민중이 끌리는 더 자유로운 여신? 2018

한계륜 ‘민중이 끌리는 더 자유로운 여신? 2018

이번 전시는 서울올림픽 30주년 기념 행사 중 하나다. 스포츠와 예술의 접점인 ‘몸’에 주목하려는 의도다. 현대미술이 일부러 불편하게 표현하는 몸이 도리어 우리에게 삶의 모순과 부조리함을 일깨워준다는 것을 소개한다. 13명의 작가는 새로운 표현방식으로 관람자에게 불쾌하지만 매혹적인, 반전 있는 몸의 세계를 소개한다.

예를 들어, 고길숙 작가는 인간은 좋든 싫든 집단 속에서 다른 인간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야 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비디오 퍼포먼스를 통해 두 사람의 얼굴이 맞닿는 상황을 연출한다. ‘나와 당신이 편안해지는 거리는 얼마만큼일까’라는 제목처럼 낯선 이와 얼굴을 맞댄 ‘불편한’ 상황이 불러오는 심리적 변화에 주목한다.

이희명 ‘희생제의?, 캔버스 위에 과슈, 아크릴, 130×162cm, 2014

이희명 ‘희생제의?, 캔버스 위에 과슈, 아크릴, 130×162cm, 2014

또 한계륜 작가는 19세기 프랑스의 7월 혁명을 그린 들라크루아의 작품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을 재해석해 ‘민중이 끌리는 더 자유로운 여신’을 선보였다. ‘누드의 민망함에 관한 연구’의 일환인 이번 작업은 직접 들라크루아의 여신 누드를 실천해 보고, 여신이 된 기분이기에 민망하지 않을 수 있는지에 대해 알아본다. 민망하지 않을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생각해 결국 ‘민중이 끌리는 더 자유로운 여신’을 선보였다.

신화를 재해석한 듯한 그림도 보인다. 제우스의 불을 훔쳐 인류에게 전해준 프로메테우스가 독수리에게 간을 쪼아 먹혔듯이 이희명 작가의 ‘희생제의’에는 비슷한 묘사가 등장한다. 하지만 절벽에 묶여 고통을 당하는 이는 ‘여성’으로 묘사됐다. 사회가 요구하는 여성의 희생과 모순적 침묵을 선택해야만 하는 현실을 표현했다. 작가는 고전 속에서 신들에게 제물로 희생되는 처녀 이야기를 작품에 녹여냈다고 설명한다.

작가 13명은 우리가 친숙하게 여겼던 몸을 해체하고 왜곡하며 새로운 의미를 던진다. ‘아름다운 몸’에 대한 숭배 속에 담긴 부조리함을 ‘일부러 불편하게’ 표현한 몸으로 들춰낸다.

<이윤정 올댓아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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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총리 한덕수씨에게 드리는 질문
오늘을 생각한다
전 총리 한덕수씨에게 드리는 질문
관료 출신으로 경제와 통상의 요직을 두루 거쳐 참여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지내고, 윤석열 정부에서 다시 국무총리를 지냈으며, 대통령 윤석열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뒤 대통령 권한대행직을 수행하다 21대 대통령선거를 한 달여 앞두고 사퇴해 공직에서 물러난 자연인 한덕수씨에게 몇 가지 궁금한 것을 묻는다. 2007년 첫 총리 지명 당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한나라당이 제기한 ‘2002~2003년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 재직 시절 외환은행 매각 사태(론스타 게이트) 연루 의혹’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와 관련해 서울중앙지검에 고발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죄 사건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 첫 총리직과 주미대사를 역임하고 공직에서 물러난 뒤 2012년부터 3년간 무역협회장으로 재직하며 받은 급여 19억5000만원과 퇴직금 4억원, 2017년부터 5년간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고문으로 재직하며 받은 보수 18억원, 2021년 3월부터 1년간 에스오일 사외이사로 재직하며 받은 보수 8000만원 등 퇴직 전관 자격으로 총합 42억3000만원의 재산을 불린 일에 문제가 없다는 인식은 지금도 그대로인가? 이처럼 전관으로 왕성하게 활동하다 다시 윤석열 정부의 총리 제안을 수락해 공직으로 복귀한 것 역시 관료로서 부적절한 처신이 아니냐는 문제 인식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