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도그파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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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동안 짧고 열정적인 첫사랑

영화 <라라랜드>와 <코코>의 공통점은? 정답은 음악을 만든 사람이 같다는 것이다. 요즘 세계 뮤지컬계의 황금 듀오라 불리는 파섹과 폴이다. 그들이 만든 뮤지컬 한 편이 국내에 막을 올렸다. 우리말로는 ‘개싸움’이라는 의미인 <도그파이트>다.

배경은 베트남 전쟁을 전후로 한 1960~70년대 미국이다. 전투에 다녀오면 온 국민이 추앙하는 전쟁영웅이 될 것이라 믿었던 해병대원 버드레이스는 전함에 오르기 전 마지막 하루를 샌프란시스코에서 보내며 전우들과 도그파이트 파티를 벌인다. 싸움에서 이기는 개는 항상 가장 못생겼다는 데에 착안, 가장 못난 파트너를 데려온 사람이 판돈을 모두 차지하는 내기를 벌이는 해병대 특유의 전통이었다. 도시 이곳저곳을 방황하며 파트너를 찾던 중 버드레이스는 엄마와 함께 식당에서 일하는 어리바리한 소녀 로즈를 발견한다. 처음에는 도그파이트 파트너로 삼을 생각에 그녀에게 접근하지만, 점차 로즈의 순수함에 매료되고 우여곡절 끝에 하루 동안 짧고 열정적이며 순수한 첫사랑을 경험하게 된다는 줄거리다.

(주)메이커스 프로덕션 제공

(주)메이커스 프로덕션 제공

원작은 영화다. 요즘 뮤지컬계에서 자주 접하게 되는 영화가 원작인 뮤지컬, 즉 무비컬이다. 1991년 여류 감독인 낸시 사보카가 메가폰을 잡았었는데, 요절한 청춘 스타 리버 피닉스가 주인공으로 나와 엄청난 인기를 누렸다. 우리말로 번안된 영화의 제목은 ‘샌프란시스코에서 하룻밤’이었다. 뮤지컬은 바로 그 영화의 무대용 재해석으로, 미국 뉴욕의 오프 브로드웨이에서 시작돼 대서양 건너 영국에서도 인기를 누렸다.

우리말 공연이 올려지면서 크고 작은 변화가 가미되기도 했다. 소극장으로는 수익을 창출하기 힘든 우리나라에서는 자연스레 중극장 이상 규모로 확장되는 진화가 시도됐고, 그래서 원작보다 화려한 외형을 지니게 됐다. 원형으로 돌아가는 네모난 턴 테이블 무대를 배경으로 쉴새 없이 움직이고 이어지는 화려한 LED 장치와 영상 효과를 덧입혀 무대의 시공간적 제약을 뛰어넘는 연출이 시도됐다. 덕분에 관객들은 금문교 같은 샌프란시스코의 명물들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시대적 배경은 50~60년 전이지만, 뮤지컬의 노래는 말 그대로 현대적이고 감미롭다. 왜 파섹과 폴이 그토록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지 절감할 만하다. 공연장을 나서며 ‘밤밤밤!’ 하는 후렴구를 흥얼거리는 관객들도 많다. 이쯤되면 가히 중독성이 있다고 인정할 만하다.

그러나 전쟁의 체험은 달콤하게 남진 않는다. 국가라는 이름으로 희생당한 젊은이들의 기억, 히피문화와 반전사상 등 당시 미국 사회를 가로지르던 시대적 갈등이 무대에서도 여실히 민낯을 드러낸다. 영화 <지옥의 묵시록>이나 <플래툰>, <굿모닝 베트남> 등에서 만났던 바로 그 시대적 비판의 정신이다. 부상으로 절뚝거리며 돌아온 주인공이 아름다웠던 추억을 다시 대면할 수 있을지가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우리의 기억 속 베트남 전쟁과는 다르지만, 아픈 시대의 상처를 되돌아보는 미국인들의 심정에 공감할 수도 있다.

<원종원 순천향대 공연영상학과 교수·뮤지컬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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