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이 오르면 두 커플이 등장한다. 14시간 12분 5초 뒤면 결혼을 하는 젊은 커플 존과 캣, 그리고 역시 같은 시간이 지나면 이혼을 하는 중년부부 잭과 캐서린이다. 모두 원하는 것들을 무사히 얻게 될까. 뮤지컬 <투모로우 모닝>의 줄거리다.
이 뮤지컬의 원산지는 영국이다. <쓰루 더 도어>나 <미드나잇> 등을 제작한 작가 겸 작사·작곡가 로렌스 마크 위스가 만들었다. 2006년 영국 런던에서 초연된 이래 뉴욕 오프 브로드웨이는 물론 시카고와 인디애나, 호주 멜버른, 오스트리아 빈, 포르투갈 리스본, 일본 및 독일 등지에서 꾸준한 인기를 누렸다. 우리나라에서도 2013년 6월 초연된 뒤 대학로 공연가에서 수개월간 사랑을 받았던 전력이 있다.
이 작품은 제작과정도 흥미롭다.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이를 가져다 다양한 프로페셔널들이 합동해 하나의 작품을 숙성시키는 머큐리 재단이 주축을 이뤘다. 일종의 문화 콘텐츠 인큐베이팅 과정을 거쳐 발굴된 반가운 콘텐츠라고 부를 만하다.
우리말 버전은 원작의 2시간 10분 이야기를 100분 단막극으로 압축시켰다. 덕분에 군더더기 없는 깔끔하고 산뜻한 느낌의 독특한 매력이 특징이다.
생활밀착형 소극장 뮤지컬이라는 부제에 호응하듯 극은 어디선가 봤음직한, 특별할 것 없는 보통사람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만나고, 사랑하고, 결혼하고, 갈등하고, 이별을 앞둔 세상살이 풍경들이 재치 넘치는 대사와 노랫말에 담겨 실감나게 재연된다.
두 커플의 사연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는 각자의 노래에 의해 객석으로 전달되는 극적 구조를 활용한다. 네 명의 등장인물이 각각의 노래에 맞춰 사연을 들려줌으로써 이야기가 펼쳐지는 셈이다. 소극장 뮤지컬이지만 각각의 배우들이 보여주는 연기는 꽤나 고급스럽고 만족스럽다. 특히 가창력 측면에서도 만족감을 준다. 우리나라 소극장 무대의 수준도 이쯤되면 꽤나 수준급이라고 인정할 만하다.
시종일관 귀엽고 통통 튀는 젊은 커플의 예상치 못한 진지한 반전과 매순간 짜증나고 벽에 막힌 듯한 중년 커플의 느닷없이 애틋해지는 반전은 조금은 도식적이고 예측가능한 아쉬움을 준다.
눈치 빠른 관객이라면 원작자의 트릭도 금세 알아챌지 모른다. 그래도 뻔하지만 찡한 감동을 느끼게 만드는 것은 이 작품의 묘미다.
결론이 주는 메시지를 말하자면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는 상투적 표현이라고나 할까. 훈훈하고 애정어린 엔딩에서 관객들은 안도의 숨을 쉬며 미소를 짓게 된다.
다른 공연장에 비해 연인들이 곱절은 많다. 무릎치게 만들 만큼 실감나는 연애담과 곱씹을수록 리얼한 에피소드들이 입소문을 낳은 결과로 추측된다. 꺄르르 웃고 왁자지껄 즐기는 관객들의 모습에서 객석과 무대의 상호작용이 가능한 공연의 매력을 잘 느낄 수 있다. 고급스럽고 아기자기한 소극장 무대의 묘미를 만끽해보기 바란다.
<원종원 순천향대 공연영상학과 교수·뮤지컬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