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아마존이 정말 무섭다. 개인적으로 너무나 많은 아마존 상품과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존의 애플 아이패드 격인 킨들 HDX를 주 태블릿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그 외에 여러 대의 킨들을 갖고 있다. 아마존과 구글이 협력해서 만든 모토로라 폰을 쓰고 있으며, 대학원 입학 때부터 학생 자격으로 가입한 아마존 프라임 이용자다. 넷플릭스 못지 않게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로 TV 쇼와 영화를 본다.
스트리밍 음악 재생 사이트인 스포티파이와 함께 아마존 뮤직도 많이 사용한다. 특정 회사에 잠식당하는 것이 싫어서 운영체제도 리눅스 우분투를 쓰고, 가급적 애플 제품은 사용하지 않는데, 그럼에도 아마존은 피하기 어렵다. 단적으로, 아마존은 편리하고 싸기 때문이다. 또한 아마존이 영리하게 진화하고 있다. 이제 아마존보다 빠르고 안전하게 배송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는 미국에서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로이터 연합뉴스
아마존 프라임 멤버가 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할인뿐 아니라 거의 대부분 상품이 당일이나 이틀 안에 무료로 배송된다는 사실이다. 한국도 당일 배송이 일반이라 이게 대단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둘을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다. 스케일이 다르기 때문이다. 최근 신생아인 딸을 위해 주문한 상품은 캐나다 온타리오에서 배송을 시작했다. 이곳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 항만지역까지 오는 데 이틀이 걸렸다. 온타리오는 캐나다 동쪽이고, 캘리포니아는 미국 서쪽이다. 문자 그대로 북아메리카 대륙을 가로질러 온 것이다. 배송 추적에 있어서도 최근부터는 배송차량이 어느 정도 거리 안에 들어오면 이 차량의 위치가 어디인지를 구글 맵에 실시간에 띄워서 보여준다. 배송 완료 후에는 사진으로 찍어서 배송된 모습을 폰으로 전송해준다.
나아가 배송상품 도난 가능성에 대해 걱정을 안고 있거나 혹은 사무실 등 마땅히 상품을 받을 장소가 없는 사람들은 아마존 라커룸을 이용하면 된다. 많은 대형쇼핑몰 혹은 시가지의 주요 건물 안에 이런 라커룸이 있다. 대부분의 시간을 집 밖에 나가 있지만 자기에게 지정된 장소가 없는 사람들, 예를 들어 대학생 같은 사람들에게 이러한 아마존 배송서비스는 매우 유용하다. 라커룸도 귀찮으나 비슷한 수요가 있는 사람들을 위해서는 일부 차량에 한정해 본인 소유 차량의 트렁크에 상품을 넣어주는 배송서비스도 최급 도입했다.
이렇게 잘 하고 있는 분야가 많음에도, 아마존은 욕심이 많다. 아마존이 그래도 그나마 아직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분야는 패션과 식료품이다. 이 중에서 적어도 후자에 있어서는 아마존은 홀푸드를 인수함으로써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 있다.
홀푸드는 미국에서 중산층 이상 소비자를 타깃으로 하는 대형마트로 유기농, 친화경, 이런 트렌드를 표방하는 식료품을 많이 판다. 예를 들어, 기저귀를 팔아도 이곳에서는 유기농, 친환경에 속하는 기저귀만 판다.
미국에서는 전반적으로 유기농, 친환경이 인기이기 때문에 어느 대형마트를 가더라도 대부분 이런 물건들을 많이 팔긴 한다. 지구상 최대의 유통기업 아마존은 아직도 배고프다. 시애틀의 아마존 본사는 창업 초기의 전통을 따라 여전히 창고 같은 본사를 그대로 쓰고 있다.
아마존에 재직하고 있는 지인으로부터 아마존 직원이라고 하더라도 특별히 더 받는 혜택은 없다고 들었다. 학생 자격으로 프라임에 가입해서 이용하는 게 가장 저렴한 가격으로 아마존으로부터 혜택을 받는 길이다. 그러나 적어도 고객에게만큼은 아마존만큼 최선을 다하는 기업이 많지 않다. 이런 자세가 살아있는 한 아마존의 고공질주는 앞으로도 한참 더 계속될 것이다.
<김재연 UC 버클리 정치학과 박사과정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