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오진 작, 문삼화 연출의 <바람직한 청소년>에는 통상적인 의미의 ‘바람직한’ 청소년이 한 명도 등장하지 않는다. 전교 1등의 모범생으로 선생님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는 이레는 학교 측에서 볼 때 ‘바람직하지 않은’ 동성애자이고, 이레와 함께 반성문을 쓰게 된 현신은 가정문제로 말썽만 피우고 다니는 문제학생이다. 또한, 이레의 짝꿍인 지훈은 엄격한 아버지 아래 기가 죽어 사는 친구이고, 이레와 지훈을 강제로 커밍아웃하게 만든 봉수 역시 평소 친구들에게 왕따를 당하는 학생이다. 이처럼 제목이 주는 이미지에 정면으로 맞서 관객과 극중 어른들의 허를 찌르는 것이 연극 <바람직한 청소년>의 첫인상이다.
얼핏 보면 이 작품은 한 인문계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청소년들의 일상과 고민을 그리는 청춘물인 것 같지만, 실제로는 앞뒤로 꽉 막혀 있는 직장과 폭력적인 상하관계, 기존의 가치관을 억지로 주입하는 기성세대 등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 전체의 축소판과도 같은 모습을 담고 있다. 극중 이레는 어느 하나 모자랄 것 없는 모범생이지만, 동성 친구를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학교와 어른들로부터 끊임없이 질책과 회유를 받으며 ‘정상적인’ 청소년으로 돌아갈 것을 요구받는다. 자신의 솔직한 욕망과 어른들의 충고 사이에서 갈등하던 이레는 과연 무엇이 정상적인 것인지 의문을 갖게 되고, 이를 정면으로 거부하고 뛰어넘고자 한다. 결국 이 작품은 표면적으로는 청소년의 동성애라는 파격적인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이를 통해 청소년들과 그들에게 국가와 다름없는 학교라는 시스템 사이의 갈등, 나아가 개인의 욕망과 이를 수용하지 못하는 사회의 충돌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바람직한 청소년>이 지닌 또 다른 미덕은 청소년들의 동성애라는 소재를 단순히 파격적이고 자극적인 소재로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차별이라는 더 커다란 범주로 확장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차별받고 억압받는 주인공 이레, 문제아로 찍혀 차별받는 현신, 집단 따돌림으로 고통받는 봉수 등을 통해 여러 층위로 존재하는 차별의 시선과 그로 인한 피해를 함께 그리고 있다. 등장인물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용서하며 어른들이 만들어놓은 차별의 시선과 벽을 뛰어넘고자 하는 마지막 모습을 통해 이 작품을 청소년들의 의미있는 성장담으로 볼 수 있게 된다.
또 흥미로운 점은 극중 주인공인 이레와 현신을 제외하고는 모든 배우들이 1인 2역을 맡고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배우가 청소년 역할과 함께 교장, 체육선생, 양호선생, 아버지 등 어른 역할을 하나씩 맡고 있어서 마치 이 아이들이 커서 결국 또 이런 어른이 된다는 메시지로도 읽힌다. 과연 당신들이 생각하는 ‘바람직한 청소년’은 무엇이냐고, 우리가 믿는 정상과 비정상의 차이는 어디서부터 오는 것이냐고 누군가 질문하지 않는다면, 결국 이 자유롭고 반짝이는 청소년들은 생기없는 모습으로 똑같이 늙어가는 이들 어른과 같아질 것이다. 5월 17일부터 6월 3일까지, 대학로 연우소극장.
<김주연 연극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