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경쟁, 미국·일본·중국의 ‘삼국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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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제패하기 위한 미·일·중의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현 시점에서 인공지능 분야의 3대 강국으로 미국, 일본, 중국을 꼽을 수 있다. 미국의 경우 IBM, 아마존, 구글, 애플, 페이스북 등 세계를 선도하는 인공지능 리더십과 인공지능 플랫폼을 소유한 기업들이 즐비하다. 또한 이들 기업은 실제로 인공지능을 비즈니스에 활용해 상당한 수익을 창출하고 있으니, 굳이 미국의 인공지능 경쟁력에 대해서는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알리바바의 비전에 대해 얘기하는 마윈./alizila.com

알리바바의 비전에 대해 얘기하는 마윈./alizila.com

일본은 원래 인공지능보다는 전통적인 로봇 강국이다. 세계 1위의 산업용 로봇 기업 화낙(FANUC)을 포함해 세계 상위 10대 로봇 기업 중 6개가 일본 기업이다. 과거엔 산업용 로봇에 그리 높은 수준의 인공지능이 활용되지 않았으나 최근에는 딥러닝(Deep Learning) 기술이 본격적으로 접목되고 있다.

게다가 소프트뱅크가 페퍼(Pepper)를 출시하면서 일본에서는 세계 최초로 본격적인 서비스 로봇의 대중화 시대가 열리게 됐다. 제조업에 이용되는 산업용 로봇과 달리 서비스 로봇은 인간을 자율적으로 돕는 로봇으로, 이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인공지능이 몹시 중요하다. 페퍼 출시 이후 일본 사회 전반적으로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졌으며, 세계에서 주목 받는 인공지능 스타트업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세계에서 가장 앞선 로봇 활용 사회를 실현한다는 목표 아래 ‘로봇 신전략’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일본을 전세계 로봇 혁명의 거점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2017년 인공지능 스타트업에 대한 전세계 투자에서 미국이 38%를 차지한 반면 중국은 48%를 차지해 중국이 미국을 추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에서는 알리바바, 바이두 등의 인터넷 기업들이 인공지능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알리바바는 다양한 산업에서 사용할 수 있는 개방형 인공지능 플랫폼 ET브레인(ET Brain)을 출시했다. 지난 1월 알리바바의 인공지능은 위키피디아 문서에 대한 10만개 이상의 질문과 답변으로 구성된 ‘스탠퍼드 Q/A 데이터세트(SQuAD: The Stanford Question Answering Dataset)’ 테스트에서 인간의 점수를 넘어섰다. 문서를 읽고 이해하는 독해능력에서 인간을 능가하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또한 알리바바는 자사가 소유한 중국 최대 온라인 쇼핑몰 티몰(Tmall)의 고객 상담에 고객 문의의 90% 이상을 이해할 수 있는 챗봇(Chatbot)을 이용해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다.

중국 최대의 검색엔진 기업 바이두는 최근 자사를 ‘AI Company’라고 적극 홍보하면서 인공지능 관련 투자 및 연구·개발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바이두는 자율주행 플랫폼 아폴로(Apollo)와 함께 인공지능 플랫폼 듀어OS(DuerOS)를 선보였다.

바이두의 인공지능 기술은 KFC·베이징 공항 등에서 사람의 얼굴을 인식하는 시스템에 활용되고 있으며, 인공지능을 탑재한 서비스 로봇을 소매점에서 운용하고 있기도 하다. 지난 4월 바이두는 자사의 윤지(云智) 아카데미를 통해 앞으로 3년간 인공지능 인재 10만명을 양성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미래를 제패하기 위한 미·일·중의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혁명적인’ 고민과 결단이 필요하지 않을까?

<류한석 류한석기술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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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뒤척인다. 겨우내 마음 편히 잠을 자지 못해 머리에 스모그가 낀 듯 무겁다. 창밖을 보니 눈이 내린다. 이상기온이 일상이 돼간다. 기후변화의 징후인 3월 중순 눈 쌓인 풍경은 더 이상 아름답지 않고 불길하다. 자연 시스템의 불안정성만큼이나 정치와 사법 시스템 또한 아슬아슬하다.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둘러싼 사회적 긴장은 한국 민주주의가 직면한 불안정성을 드러낸다. 일만 년간 이어온 기후 안정성과 40여 년이 채 안 된 한국의 민주주의는 기간으로는 비할 데 아니지만, 우리 삶에 당연히 주어지는 조건으로 여겨졌던 점은 흡사하다. 이번 겨울 기후환경이든 정치체제든,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온 것들이 얼마나 쉽게 흔들릴 수 있는지 여실히 드러났다. 기후위기와 정치위기라는 무관해 보이는 두 위기는 사실 그 원인 면에서도 맞닿아 있는데, 효율과 성과가 최우선시되는 과정에서 다른 중요한 가치는 간과했다는 점이다. 한국사회는 산업화하는 과정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법을 배웠지만, 화석 연료 중심의 에너지 구조를 전환하는 데 게을렀고, 정치적 다양성과 세대 간의 이해를 구현하지 못했다. 우리는 경쟁을 통해 눈부신 발전을 이루었지만, 이제는 그러한 방식의 성장이 우리 사회를 갉아먹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