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아마존을 공격하는 진짜 이유는 아마존의 CEO 제프 베조스와의 악연 때문이라는 게 정설이다.
미국에서 살고있거나 해외직구족이 아니라면 체감하긴 어렵겠지만, 미국에서 아마존의 위상은 상상을 초월한다. 시장조사기관 이마케터(eMarketer)가 발표한 2017년 미국 시장의 e커머스 매출 상위 10개사 순위에서 아마존이 1968억 달러로 1위였으며 시장점유율에서는 무려 43.5%를 차지했다. 2위를 차지한 이베이의 시장점유율이 6.8%인 것과 비교해보면 아마존이 미국 e커머스 시장의 독보적인 존재임을 알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아마존에 대한 트윗
더군다나 아마존의 시장점유율은 해마다 증가추세에 있다. 2016년에 38.1%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했는데 2017년에 43.5%를 차지한 것을 보면, 아마존이 상당히 가파르게 시장을 장악해 나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그러한 아마존의 성장세에 커다란 장애요인이 등장했으니 그것은 바로 트럼프 대통령이다.
지난 3월 트럼프는 “우체국(USPS)이 아마존의 물품 배송으로 인해 큰 손해를 보고 있으며, 수천여 개의 소매업체들이 아마존 때문에 문을 닫고 있다”면서 특유의 독설을 퍼부었다. 트럼프가 아마존을 손보려 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지 나흘 만에 아마존 시가총액에서 600억 달러(약 65조원)가 사라졌다. 트럼프 주장의 진위 여부를 떠나서, 트럼프가 아마존을 공격하는 진짜 이유는 아마존의 CEO 제프 베조스와의 악연 때문이라는 게 정설이다.
기본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실리콘밸리 기업들에 대해 반감을 갖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아마존에 대한 반감이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트럼프가 아마존을 싫어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베조스 소유의 신문 <워싱턴포스트>가 트럼프에 대해 상당히 비판적인 태도를 취해 왔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트럼프의 대선후보 시절에 베조스 개인도 자신이 소유한 민간 우주기업 블루오리진의 로켓에 트럼프를 태워 우주로 보내버리겠다는 글을 게시한 바 있다.
트럼프가 당선된 이후에도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의 아킬레스건이라 할 수 있는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해 연이어 특종을 보도해 왔고, 최근 트럼프가 곤욕을 치르고 있는 포르노 배우와의 성관계설에 대해서도 연이어 보도했다.
그런 상황에서 트럼프는 트위터를 통해 연이어 아마존에 대한 반감을 표하기 시작했는데, 새로운 트윗이 올라올 때마다 아마존의 주가는 폭락했다. 또한 트럼프가 정부 기관에 아마존과의 클라우드 계약을 파기하도록 종용하고 있으며(클라우드는 아마존에 상당한 이익을 가져다 주는 사업이다), 주정부에 아마존의 사업 관행을 조사하라는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오고 있다.
트럼프의 연이은 맹공에도 불구하고 베조스로서는 마땅한 대응방안이 없어 보인다. 트럼프가 대선후보 시절이라면 모르겠지만, 이제는 현직 대통령으로 막강한 권력을 쥐고 있는 상황에서 맞설 만한 뚜렷한 방법을 찾기 어려울 것이다.
게다가 아마존은 일각에서 수년 전부터 반독점법의 허점을 이용해 무한성장을 추구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 왔기 때문에, 자칫하면 반독점법에 걸려 회사를 분할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이번 일이 해프닝으로 끝날지, 아니면 어느 한쪽(또는 양쪽)에 치명상을 입힐지는 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류한석 류한석기술문화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