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의 친구 데이터는 누구 것일까?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SNS를 떠날 때 수년간 추억으로 남겨놨던 모든 데이터와 관계망을 가져올 수 있어야 한다. 또 새로운 SNS에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페이스북의 ‘데이터 스캔들’로 사용자들이 대거 이탈하고 있다./경향DB

페이스북의 ‘데이터 스캔들’로 사용자들이 대거 이탈하고 있다./경향DB

인간은 끊임없이 관계를 맺는다. 때로는 헤어지기도 하고 때론 새 친구를 사귀면서 관계 네트워크는 늘거나 줄어든다. 고무줄처럼 탄력적인 사람의 관계망은 한 사회의 역동성을 상징한다. 관계 없이 존재할 수 없는 사회적 인간의 숙명이 지금과 같은 다양한 사회의 군상을 형성해 왔다.

인간의 관계망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의 가장 중요한 자산이다. 관계를 맺기 위해 이야기를 나누고, 관계를 끊기 위해 콘텐츠를 생산한다. 관계를 향한 인간의 열망은 SNS가 풍성해지는 전제조건이다. 이 과정에서 사용자들은 수많은 흔적을 남긴다. SNS에서 데이터가 생산되는 프로세스다. 관계 속에서 남겨진 데이터들은 SNS를 위해 제작되지 않았다. 우리의 관계맺기 과정에서 탄생한 사유와 행위의 부산물들인 거다.

페이스북 데이터 스캔들은 관계맺기의 그 부산물을 팔아 정치적 이득을 취하면서 발생했다. ‘프라이버시 시대는 끝났다’는 저커버그의 선언와 동시에 무한대로 열어버린 데이터 창고, 그것이 문제의 근원이었다. 사용자들의 동의를 구하기는 했지만, 데이터가 어떤 방향으로 사용될지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알려주지 않았다. 전세계적인 공분이 일어난 까닭이다.

페이스북을 이탈하는 움직임이 시작됐다. 일론 머스크가 테슬라의 페이스북 계정을 지웠다. 트위터에서는 #deletefacebook이 유행한다. 그러나 고민이다. 페이스북에 남겨둔 관계망과 관계맺기의 부산물을 옮겨둘 데가 없다. 관계의 부산물은 데이터로 존재하지만 예전처럼 관계망의 구조 안에서 다시 친구들과 얘기를 나눌 수가 없는 것이다. 데이터를 생산한 주인이 데이터를 제어하지 못하는 기막힌 상황이 지금 벌어지고 있다.

약 10년쯤, ‘데이터 포터빌리티’라는 프로젝트가 진행된 적이 있다. 서로 다른 SNS, 포털 서비스들끼리 친구 데이터를 쉽게 옮겨갈 수 있도록 표준을 정해 지원하자는 취지로 시작됐다. 예를 들면 트위터의 친구 목록을 XFN이라는 파일 형태로 저장해 페이스북에 옮겨담아 다시 복원할 수 있도록 하는 작업이었다. 야후를 비롯해 페이스북에 이르기까지 거대한 소셜플랫폼들이 프로젝트의 취지에 동의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하지만 몇 년이 흐른 뒤 흐지부지됐다. SNS 서비스의 주도권이 바뀌면서 힘센 사업자가 슬그머니 발을 뺀 탓이다.

데이터 포터빌리티 프로젝트는 말하자면 ‘친구 목록 데이터’를 사용자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선언이었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는 완결된 결론에 도달하지 못했다.

몇 년이 지난 뒤 페이스북이 전세계 SNS 시장을 장악했다. 페이스북은 곧 법이고, 표준이 됐다. 이 과정에서 데이터 주인으로서 사용자의 지위는 페이스북을 위한 데이터 노동자로 내려앉았다. 그리고 페이스북 데이터 스캔들이 터져나왔다.

오는 5월 발효되는 유럽의 일반개인정보보호법(GDPR)은 데이터 노동자로 전락한 사용자의 위상을 다시금 주인의 위치로 세우는 이정표라 할 수 있다. GDPR은 데이터의 제어권을 온전하게 사용자에게 부여하고, 쉽게 이사할 수 있는 권리까지 보장했다. 마음 놓고 떠날 권리를 법적으로 보장한 것이다.

우리도 이제 ‘떠날 권리’를 논의해야 할 시점이다. SNS를 떠날 때 수년간 추억으로 남겨놨던 모든 데이터와 관계망을 가져올 수 있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의탁할 새로운 SNS에서 자유롭게 이 데이터들을 활용할 수도 있어야 한다. 떠날 권리는 이 모든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SNS의 친구 데이터는 나의 것이고 또 사용자의 것이기 때문이다.

<이성규 메디아티 미디어테크랩장>

IT 칼럼바로가기

이미지
아동학대, 나아진 게 없다
오늘을 생각한다
아동학대, 나아진 게 없다
지난 6월 10일 경기 수원시청 앞에서 수원시 장안구의 한 민간어린이집에서 벌어진 집단 아동학대 관련 기자회견을 했다. 비슷한 사건을 접할 때마다 가해자들의 범죄행위에 치를 떨면서, 피해 아동 보호자들이 지친 마음과 몸을 이끌고 기자회견을 하게 만드는 망가진 시스템에 분노한다. 만 2세 반 어린이 13명에게 2명의 교사가 상습 폭력을 가했다. 경찰이 확보한 35일 치 CCTV에서 350건의 학대 행위가 발견됐고, 가해 교사 2명과 원장이 상습 아동학대와 방조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그러나 피해 가족들은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원장은 아무런 행정 처분 없이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고, 가해 교사 2명은 자진 사직했기에 자격정지 등 처분을 받았는지 알 수 없다. 수원시는 할 수 있는 행정 조치는 다 했다며, 재판 결과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피해 가족들은 수원시 행태가 마치 2차 가해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아동들은 여전히 불안과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자다가 몇 번씩 잠에서 깨는 한 어린이는 “꿀향기반 선생님들이 자기를 데리러 올까봐 무섭다”고 했다. 다른 어린이는 작은 소리에도 몸을 움찔하고, 밤마다 악몽에 시달린다. 지난 1월 CCTV 영상을 확인하고 경찰 신고, 언론 보도가 이어졌지만 5개월 동안 가족들의 삶은 하루도 편하지 않았다. 만 2세 어린 아기들을 밀치고, 넘어뜨리고, 머리채를 끌어당기고, 냅다 던져버리는 영상을 보며 엄마·아빠들의 마음은 지옥으로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