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의 최대 강점은 바로 배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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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거의 대륙에 가깝다. 이 나라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빠른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건 아마존밖에 없다.

아마존 소속 택배기사가 집 안에 직접 물품을 넣어주고 있다./아마존 홈페이지

아마존 소속 택배기사가 집 안에 직접 물품을 넣어주고 있다./아마존 홈페이지

미국에 있다가 인천공항에 도착해서 한국에 들어오자마자 느끼는 건 어디를 가나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한국만 그런 게 아니라 중국이나 일본의 대도시를 가도 마찬가지다. 동아시아란 지역이 땅도 넓지만 그 이상으로 예전부터 인구가 많기 때문에 그렇다. 이에 비해 미국을 포함한 북아메리카는 예전부터 땅 크기에 비해 인구 수가 적은 게 문제였다. 미국, 캐나다 같은 나라들이 초기부터 적극적인 이민 국가였던 이유 중 하나도 새로운 땅을 개척할 값싸고 많은 노동력이 지속적으로 필요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경제발전이 단계적으로 이뤄지다 보니 주요 대도시가 미국 동부(뉴욕, 보스턴), 중서부(시카고), 남부(휴스턴), 서부(샌프란시스코, LA)로 나눠져 있다. 땅에 대한 집착이 남다른 한국인으로서는 이런 북아메리카의 실정이 부러울 수도 있다. 그러나 이렇게 땅이 넓다 보니 사람과 물건을 옮기는 게 미국 건국 당시부터 보통 일이 아니다.

일례로, 현재 미국 우체국은 1971년에 신설된 부서지만, 그 전신인 우체부는 1792년 처음 만들어졌다. 우체부는 국방부, 상공부 등과 함께 가장 먼저 만들어진 가장 중요한 부처 중 하나였으며, 초대 장관은 건국의 아버지 중 한 명인 벤저민 프랭클린이었다. 그리고 이 배송의 난제는 정부에게만 과제가 아니었다. 이건 시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반대로 생각하면, 이 문제를 잘 푸는 회사일수록 시장에서 강자가 될 가능성이 높았다. 19세기 말과 20세기 초, 미국의 1차 산업혁명 당시에 큰 돈을 벌었던 부호들을 생각해 보면 이 큰 나라를 각종 인프라를 통해 하나로 연결했던 사람들이다. 밴더빌트와 스탠퍼드는 철도를 지었고, 카네기는 도시를 지을 철강을, 록펠러는 공장을 움직일 에너지를 제공했다.

이건 21세기도 마찬가지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조스는 세계 2위의 갑부이고, 아마존은 글로벌 브랜드 세계 1위, 기업 가치 세계 2위를 차지하는 굴지의 기업이다. 아마존의 저력 중 하나가 배송이다. 당일배송이 상식인 한국에서는 아마존의 특별회원인 프라임 이용자에게 제공되는 당일 혹은 다음날 배송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바로 실감이 안 난다. 그러나 미국의 동서부 간 시간차가 여섯 시간이라는 걸 생각한다면, 미국은 규모상 한 나라라기보다는 거의 대륙에 가깝다. 이 나라에서 이렇게 저렴한 가격으로 빠른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건 아마존밖에 없다. 게다가 미국에서는 아파트 경비실 같은 게 따로 없기 때문에 안전하게 물건을 받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닌데, 아마존은 이 문제를 아마존 라커(보관실)를 각종 쇼핑몰, 캠퍼스 등지에 설치하는 방식으로 해결해 놓았다.

나아가, 아무리 운전이 생활인 미국인이라도 큰 물건을 살 때는 그 물건을 차에 실어 옮기는 게 보통 일이 아니다. 이케아 같은 데서 큼직한 가구를 두 개 정도만 사도 일반 승용차에는 쉽게 싣기가 어렵다. 이럴 경우, 보통 유홀이라는 서비스를 통해 컨테이너 박스 같은 걸 빌려 그 안에 물건을 실어 옮겨야 한다. 이런 수고도 아마존 시스템 안으로 들어오면 쉽게 덜어낼 수 있다. 아마존이 어느 물건을 팔든 이점을 가질 수 있는 건, 이들이 배송에 있어서는 거의 절대적인 우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존의 강점은 여러 가지지만, 이들의 가장 무서운 점 중에 하나는 커질수록 싸지고 빨라지는 배송이 아닐까 싶다. 시간은 돈이고, 고객은 인내심이 부족하다.

<김재연(UC 버클리 정치학과 박사과정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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