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사랑이며 싸움이다
유창선 지음·사우·1만4500원
시사평론가로 오랫동안 활발한 활동을 하던 저자는 이명박·박근혜 정권이 들어선 후 ‘할 말은 하는’ 사람들이 잇달아 방송 등에서 배제된 것에 실망을 느껴 활동을 접고 동네 독서실에서 칩거생활을 시작한다. 그렇게 독서실 한구석에서 몇 년간 책을 읽고 글을 쓴 시간은 저자의 내면을 단단하게 해준 계기가 됐다.
저자는 ‘내면의 힘’을 키워준 책 12권을 소개한다. 단지 인문학 고전에 대한 지식 전달이 아니라 그 책이 저자의 내면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현재 우리의 삶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밀도 있게 그려낸다.
저자는 니체, 한나 아렌트, 미셸 푸코, 카프카 등 결코 만만치 않은 책들을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풀어준다. 저자가 소개하는 책들을 관통하는 주제는 ‘사유’다. 한나 아렌트는 유대인 학살의 실무책임자였던 아이히만이 엄청난 범죄를 저지른 이유도 사유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결론 내렸다. 사유는 비판이고 곧 행동이다. 사유하는 사람만이 인생의 품격을 지키고, 세상을 위해 싸울 수도 있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그래서 저자가 강조하는 싸움은 자기 자신으로부터 시작된다. 우리는 이런저런 욕망의 유혹에 둘러싸여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소소한 과정에서 유혹을 이겨내고 진실을 지켜냈을 때 그것은 세상을 살아가는 힘이 된다”고 말한다.
<송진식 기자 truej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