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의 힘’을 키워준 책 12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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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탐색]‘내면의 힘’을 키워준 책 12권

삶은 사랑이며 싸움이다
유창선 지음·사우·1만4500원

시사평론가로 오랫동안 활발한 활동을 하던 저자는 이명박·박근혜 정권이 들어선 후 ‘할 말은 하는’ 사람들이 잇달아 방송 등에서 배제된 것에 실망을 느껴 활동을 접고 동네 독서실에서 칩거생활을 시작한다. 그렇게 독서실 한구석에서 몇 년간 책을 읽고 글을 쓴 시간은 저자의 내면을 단단하게 해준 계기가 됐다.

저자는 ‘내면의 힘’을 키워준 책 12권을 소개한다. 단지 인문학 고전에 대한 지식 전달이 아니라 그 책이 저자의 내면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현재 우리의 삶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밀도 있게 그려낸다.

저자는 니체, 한나 아렌트, 미셸 푸코, 카프카 등 결코 만만치 않은 책들을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풀어준다. 저자가 소개하는 책들을 관통하는 주제는 ‘사유’다. 한나 아렌트는 유대인 학살의 실무책임자였던 아이히만이 엄청난 범죄를 저지른 이유도 사유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결론 내렸다. 사유는 비판이고 곧 행동이다. 사유하는 사람만이 인생의 품격을 지키고, 세상을 위해 싸울 수도 있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그래서 저자가 강조하는 싸움은 자기 자신으로부터 시작된다. 우리는 이런저런 욕망의 유혹에 둘러싸여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소소한 과정에서 유혹을 이겨내고 진실을 지켜냈을 때 그것은 세상을 살아가는 힘이 된다”고 말한다.

<송진식 기자 truej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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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의 역경루
오늘을 생각한다
용산의 역경루
공손찬은 중국 후한 말 북방민족들이 이름만 들어도 벌벌 떨 정도로 위세를 떨쳤던 화북의 군벌이다. 오늘날 베이징 근처 유주를 근거지로 세력을 키웠던 공손찬은 백마의종이라는 막강한 기병대를 중심으로 황건적과 만리장성 넘어 이민족들을 토벌하며 군세를 넓혀갔다. 탁월한 군사적 재능을 갖췄으나 성품이 포악했던 공손찬은 폭정을 일삼으며 민심을 크게 잃는다. 왕찬이 기록한 <한말영웅기(漢末英雄記)>에 의하면 공손찬은 자신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본다는 이유로 부하를 죽이는가 하면 유능한 관료들을 쫓아내고 점쟁이를 측근에 등용하는 등 막장 행각을 벌였다. 하루는 백성들 사이에서 덕망 높았던 관리 유우를 저자에 세워놓고 ‘네가 천자가 될 인물이라면 비가 내릴 것이다’라고 말한 뒤 비가 내리지 않자 그 자리에서 죽여버렸다. 분개한 수만의 유주 백성들은 유우의 아들과 합세해 공손찬을 공격했고, 라이벌 원소와 이민족들까지 연합해 공격하니 공손찬은 고립무원에 처한다. 사방이 포위된 공손찬은 기주 역현에 거대한 요새를 짓고 농성에 들어가니 이 요새가 역경성이다. 자신의 남은 전력을 요새 건설에 쏟아부은 공손찬은 “300만석의 양곡을 다 먹고 나면 천하정세가 달라질 것이다”라고 말하고 외부와 연락을 끊은 채 향락에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