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 위의 세계
남지원·박경은·이인숙·이재덕·정환보 지음 글항아리·1만6500원
먹거리 관련 기사를 쓰기 위해 농업 관련 연보나 월보들, 각종 통계자료를 보면 두 번 놀란다. 처음엔 그 꼼꼼함과 방대함에, 둘째로는 조회수 0에 육박하는, 다시 말해 읽는 사람이 거의 없음에. 전문자료와 일반대중 사이의 간극은 멀다. 그 널따란 사이를 메워주는 일이 기자의 일이다.
<밥상 위의 시계>는 지난 2015년 우리의 먹거리에 농축되어 있는 정치·경제·사회의 글로벌화를 보여줬던 경향신문 기획시리즈 <지구의 밥상>의 후속편 기획이다. 그 먹거리의 생산과정과 유통과정, 구체적으로 어떤 경로로 우리의 밥상에 오르게 되어 있는지 뿌리를 찾는 과정이다.
노르웨이의 연어와 브라질의 닭공장, 중동의 콩, 수단의 참깨밭, 필리핀의 망고…. 바다를 건너는 긴 항해의 여정 끝에 우리의 식탁에 오르기 전, 그 시원을 돌아보는 기획이다. 그리고 변동. 먹거리는 더 이상 농부의 소박한 생산물이 아니다.
통속적인 재미와 전문적인 정보를 다 갖춘 글을 만나보기는 쉽지 않다. 책의 미덕은 단지 그 구조만을 들여다보는 것이 아니다. 먹거리 생산에 얽혀 있는 사람들의 노동과 생활을 엿보는 재미는 덤이다. 때로는 목장갑을 끼고 작업에 도전하는 기자들을 통해 그 현장의 생생함을 추체험할 수도 있다. 경향신문 국제부 남지원·박경은·이인숙·이재덕·정환보 기자가 쓰고 엮었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