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거대도시의 잔인한 풍경](https://img.khan.co.kr/newsmaker/1244/20170919_81.jpg)
LA 레퀴엠
로버트 크레이스 저·윤철희 역 오픈하우스·1만5000원
LA의 사립탐정 엘비스 콜입니다라고 말하면 누구나 물어볼 것이다. 본명인가요? 게다가 늘 하와이안 셔츠 차림이라면 더더욱 믿음이 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엘비스 콜은 화려해 보이지만 어두운 내면을 가진, LA에 더할 나위 없이 어울리는 탐정이다. 언제나 농담에 우스꽝스러운 차림이지만 유능한 탐정이고 사려 깊다. 그리고 아침마다 태극권과 명상으로 자신을 다스린다. 파트너인 조 파이크는 동료 살해범으로 불리는 전직 경찰이고, 콜이 열 마디를 하면 예, 아니오로 한 번 정도 답하는 과묵한 탐정이다. 전혀 성격이 달라 보이지만 그들은 나름의 방식으로 서로를 이해한다. 잘 알지는 못해도 받아들이고, 함께 간다. 그게 동료이고 친구다.
인기 경찰드라마 <힐 스트리트 블루스>의 각본을 썼던 로버트 크레이스는 어두우면서도 활기찬 범죄소설을 쓰는 작가다. 경쾌하게 읽히지만 로버트 크레이스의 세계에는 짙은 어둠이 깔려 있다. 데이빗 린치의 영화 <로스트 하이웨이>와 <멀홀랜드 드라이브>의 세계를 정통 하드보일드 풍으로 간략하게 정리했다고나 할까. ‘엘비스 콜’ 시리즈의 대표작인
조 파이크가 경찰 초년병일 때 사귀었던 카렌 가르시아가 살해당한다. 지역 유지인 카렌 아버지의 부탁으로 사건을 맡게 된 엘비스 콜과 조 파이크. 그들은 희생자가 카렌만이 아니라 더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카렌의 시체를 발견한 더쉬가 용의자로 지목된다. 하지만 더쉬가 누군가에게 살해당하고 유력한 용의자로 조 파이크가 체포된다. 콜은 조 파이크를 구해내기 위해, 연쇄살인범을 잡기 위해 파이크의 과거를 추적한다.
전혀 다른 성격의 두 사람이 함께 어울리면서 펼쳐지는 영화를 보디 무비라고 부른다. 티격태격하면서 정이 들고, 슬픔도 기쁨도 함께 하면서 동지애가 쌓이는 것이다. 남녀라면 사랑이 싹트고. 엘비스 콜 시리즈는 주인공인 콜이 전혀 다른 성격의 파이크와 어울리면서 아기자기한 재미를 더한다. 유쾌하고 활기찬 탐정을 원한다면 엘비스 콜, 우직하고 강력한 탐정을 원한다면 조 파이크. 조연인 파이크에 대한 인기는 날로 높아져, 국내에도 출간된 <워치맨>을 시작으로 ‘조 파이크 시리즈’가 따로 이어지고 있다.
<김봉석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