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근래의 IT 트렌드 중 인공지능만큼이나 각계각층의 다양한 화자를 불러들인 토픽은 없을 것 같다. 일단 이 토픽의 이름 자체가 화제성이 있다. 인공과 지능이라니, 기술을 모르더라도 누구나 한마디쯤 거들 수 있을 정도로 친근한 단어의 조합인 데다가, 공상과학소설과 영화의 단골소재니 너도나도 할 말이 한마디쯤은 있다.
그래서 그런지 정작 인공지능을 연구하거나 생업으로 삼는 이들은 짜증을 내기도 한다. 기술을 지나치게 과대평가해 소설을 써서 사회 분위기가 오도(誤導)될 때 그 뒤처리를 해야 하는 당사자들의 입장, 이해가 간다. 전지전능한 인공지능이 등장, 인류를 예속의 낭떠러지로 밀어넣는 디스토피아처럼 흥미진진한 스토리는 없다.
인공지능의 사대천왕이라 불리며 현대 인공지능의 기여자 중 한 명인 앤드류 응은 이 상황을 두고 “화성의 인구 폭발을 걱정하는 것”이라며 일갈한다. 망상과 현실의 격차를 좁히는 일은 현장 기술자들이 인공지능을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이곤 했다.

“인공지능은 북한보다 더 위협적이다”라고 주장한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 / AP연합
그러나 알 만한 사람이 그런 이야기를 꺼낼 수도 있다. 대표주자는 바로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그는 “인공지능은 북한보다 더 큰 위협”이라는 둥 줄곧 기회 있을 때마다 인공지능을 지금부터라도 규제하지 않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취지의 발언을 거듭해 왔다. 정작 본인은 인공지능 자율주행을 꿈꾸는 사업을 하고 있으면서 무슨 소리인가 싶다.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는 대놓고 실명으로 ‘디스’하지는 않았지만, 인공지능 비관론자를 이해할 수 없다며, 그런 발언을 쏟아놓는 것은 어떤 면에서 무책임한 일이라고 비난했다. 얼마 뒤 일론 머스크는 트위터로 ‘이 주제(인공지능)에 대한 그의 지식은 제한적이다(limted)’라며 깎아내렸다.
싸움 구경은 재미있다. 그것도 억만장자 유명인들의 다툼은 더욱 재미있다. 트럼프의 기행(奇行) 덕분인지 상장회사의 경영진들도 속내를 래퍼들처럼 쏟아내며 배틀을 한다.
이들의 설전을 보다 보니 초지능을 지닌 초월적 기계에 대한 걱정보다도, 어설픈 기계를 손에 쥔 인간에 대한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지금도 이미 적절한 데이터를 가져다주면 그럴 듯한 직관을 제공해주는 기계는 딥러닝이니 머신러닝이니 여기저기에서 만들어져서 자율주행에도 쓰이고 가짜뉴스와 싸우는 데도 쓰이고 있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현재의 방식은 그 기계가 왜 그런 직관을 가지게 되었는지는 투명하게 설명하지 못한다. 인간이 의사결정의 회로를 짜 넣은 것이 아니라 데이터로 학습해 신경망을 구성한 것이니 그 덩어리가 왜 그런 결론을 내리는지 주인도 잘 모른다. 채팅을 해보랬더니 욕을 먼저 배워 인종·성차별을 하기도 한다.
기계에 의한 판단이란 결국 인간의 판단이 반복되고 증폭되는 것뿐이다. 기계의 수준은 인간의 수준이다. 이 세상에 편견 없는 데이터만 있었다면 이런 어설픈 기계는 나오지 않았겠지만, 세상은 그런 것이라며 우리는 이것으로 충분하다며 어설픈 기계들에 세상을 맡길 수도 있다.
<김국현 IT칼럼니스트·에디토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