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의 신기록 달성 소식이 연일 전해지고 있다. ‘카카오뱅크 출범 일주일, 151만 계좌 돌파’, ‘카카오뱅크, 출범 13일 만에 200만 계좌 돌파’, ‘수신 1조원, 여신 7700억원 기록.’ 지인과 만나면 “카카오뱅크 계좌 텄어요. 근데 정말 편하더라고요. 몇 번 터치하면 땡이야”라는 말을 서로 주고받는다. “왜 이렇게 쉬운 게 이제야 나온 거야”라는 말은 그 뒤에 따라오는 당연한 말이 되었다.
카카오뱅크 덕분에 2016년 연간 16개사 은행의 전체 비대면 계좌 개설 수가 15만6000건이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았다. 올 1월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5년 12월~2016년 12월에 은행 16개사와 금융투자 21개사의 비대면 실명확인을 통한 계좌 개설 수는 73만4000개였다. 은행과 금융투자사 37개사가 1년간 확보한 계좌 수를 카카오는 일주일도 안돼 달성했다.
이런 열풍이 가능한 건 무엇 때문일까. 우선 규제를 따져볼 수 있다. 2015년 5월 금융위원회는 계좌를 개설할 때 실명확인 방식뿐 아니라 비대면 실명확인(인증)을 사용할 수 있게 허가했다. 규제가 풀리니 이에 따른 새로운 도전자가 생겼고, 그 도전자가 시장에 신선한 돌풍을 넘어 루키가 아니라 거대한 사업자로 변모하고 있다.

7월 27일 서울 서초구 세빛섬에서 열린 카카오뱅크 비데이(B-day) 출범식에서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두 번째는 ‘모바일’ 시대 사용자들에 대한 이해와 ‘금융’에 대한 접근방식이 기존 경쟁자들과 다른 관점에서 출발한 사업자의 역량이다. 새로운 시대에 맞게 안이 마련된다고 해서 꼭 후발주자가 선발주자를 넘어설 수는 없다. 먼저 출발한 케이뱅크도 계좌 수 100만을 돌파하기까지 100일이 걸리면서 기존 은행권에 비해서는 빠른 가입자를 확보했지만, 카카오뱅크와 같은 열풍을 이끌어내지는 못했다.
케이뱅크가 기존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때 사용하던 보안체계를 그대로 따랐다면 카카오뱅크는 이 부분부터 다르게 접근했다. 정부가 정한 인증방식들 중에서 사용자가 최대한 편하게 할 수 있는 방식을 적용하면서 그동안 사용할 때마다 ‘당연시’하던 것들 속의 불편함을 완전히 제거해버렸다. 새로운 서비스지만 기존 형태를 따랐던 곳과 기존의 불편함을 새로운 방식으로 규제의 틀 속에서 재해석해 접근한 곳의 ‘작은 차이’가 이렇게 큰 성과 차이로 나타나고 있다.
이런 열풍을 보면서 환호성을 지르지만 필자는 오히려 한숨이 나왔다. 올해는 애플 아이폰이 나온 지 10년이 되는 해다. 모바일과 클라우드, 소셜, 빅데이터 등은 이미 10년 전부터 나왔던 키워드들이다. 전 세계 그 많은 기업들과 정부들이 이 새로운 패러다임에 적응하기 위해 몸부림칠 때 우리의 규제기관들은 빅뱅크 만들기에 집중했고, 결과적으로 몇몇 기업으로 재편된 시장에서 경쟁은 이미 무의미해졌다. 그들만의 리그였다.
어쩌면 새로운 시대에 대한 ‘룰’을 만드는 데 느려터졌던 규제기관이 그나마 나서서 이렇게 했으니 다행이라고 안도해야 할까? 카카오뱅크 출현에 기존 은행권들은 부랴부랴 자신들의 모바일 전략과 기존 고객 응대, 수수료 기반 모델에 대해 전면적으로 살펴보느라 정신이 없다. 심지어 해외송금 수수료를 대폭 낮춘 서비스로 주목을 받으려던 핀테크 스타트업들까지 새로운 서비스 차별화 마련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를 ‘인터넷전문은행’이라 말한다. 그러나 그 용어는 잘못된 거 같다. 이들, 특히 카카오는 인터넷전문은행이 아니라 모바일은행이다. 우리는 파괴자라 불리는 ‘모바일’의 위력을 스마트폰이 나온 지 10년이 지난 이제야 경험하고 있는 건 아닐까.
<도안구 테크수다 발행인 겸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