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 ‘가습기 살인사건’의 진짜 범인은 삼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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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기 직전에 삼성이 홈플러스를 테스코에 매각했다고 해서 책임이 없어질까요? 당연히 책임이 있습니다. 그러나 세상은 삼성이 이 참사에 관련이 없는 것으로 지금까지 알고 있는 것입니다.

2017년 7월 3일 서울 송파구에 있는 삼성물산 본사 앞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시민단체 회원들이 홈플러스PB 가습기살균제 판매의 책임이 삼성에게 있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2017년 7월 3일 서울 송파구에 있는 삼성물산 본사 앞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시민단체 회원들이 홈플러스PB 가습기살균제 판매의 책임이 삼성에게 있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1997년 삼성그룹의 삼성물산은 대구에 홈플러스 매장을 처음으로 개설합니다. 이어 1999년 영국 테스코(TESCO)와 반반씩 투자해 삼성TESCO를 설립합니다. 테스코는 영국에서 가장 큰 슈퍼마켓을 운영하며 여러 나라에서도 유통업을 하는 세계적인 기업이죠. 이후 삼성의 홈플러스는 전국에 매장을 141개까지 확대하고 매출액 11조원을 올리며 국내 2위의 유통회사로 급성장합니다.

삼성TESCO의 홈플러스는 2005년부터 2011년까지 7년간 홈플러스 PB(자체 브랜드)인 ‘가습기청정제’라는 이름의 가습기 살균제 제품 30만개를 판매합니다. 삼성TESCO의 홈플러스가 판매한 가습기청정제는 옥시레킷벤키저의 옥시싹싹 가습기당번, 롯데마트의 PB 와이즐렉과 같은 PHMG라는 이름의 살균제 성분을 사용했습니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이 살균 성분을 사용한 제품의 피해자가 가장 많고 사망자도 가장 많습니다.

자체 브랜드 만들어 30만개나 판매
2011년 삼성은 돌연 TESCO에 홈플러스의 지분을 매각합니다. 테스코는 법인명을 삼성TESCO에서 홈플러스로 변경합니다. 2011년 8월 31일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죠. 시기적으로 볼 때 삼성이 홈플러스를 매각한 배경으로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과의 관련성이 의심되는 대목인데, 아직 이 부분에 대해 밝혀진 내용이 없습니다. 2015년 TESCO는 7조2000억원에 홈플러스를 MBK파트너스라는 기업에 매각하고 한국을 떠납니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알려졌지만 대한민국 정부가 나몰라라 하고 검찰 역시 손을 대지 않고 있는 시기에 이 사건의 주요 다국적기업이 슬그머니 발을 뺀 것입니다.

2011년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이후 지금까지 7년여가 돼가는 사이에 삼성은 단 한 번도 이 참사와의 관련성이 언론에 제기된 바 없습니다. 정말 이상한 일입니다. 2016년 3월 피해자들과 환경보건시민센터가 10여개의 가습기 살균제 제조·판매사들을 연속적으로 검찰에 고발할 때, 홈플러스의 책임기업으로 삼성 임원 6명과 테스코의 임원 22명을 검찰에 고발했지만 검찰은 이들에 대해서 전혀 수사를 하지 않았습니다.

가습기 살균제 문제를 담당하는 환경부는 사건 발생 5년이 지난 2016년 6월쯤에야 전체 피해자를 조사하는 연구용역을 한국환경보건학회에 의뢰합니다. 연구 결과는 2017년 5월 26일 학회의 학술대회 자리에서 발표되었죠. 가습기 살균제 제품 사용자는 350만~400만명으로 추산되고, 제품 사용 후 건강피해 경험자는 40만~50만명이며, 제품 사용 후 건강이상으로 병원 치료를 받은 피해자는 30만~50만명에 이른다는 충격적인 내용이었습니다.

[‘엄마, 숨이 안 쉬어져’](46) ‘가습기 살인사건’의 진짜 범인은 삼성이다

삼성은 소비자와 국민에 사과해야
하지만 환경부는 이러한 연구 결과를 공개하지 않고 ‘내부 참고자료로만 이용한다’고 하네요. 환경부는 여전히 이 사건의 전모를 밝히는 데 소홀하고 관심을 두지 않는 것입니다. 지난 6월 5일 세계 환경의 날에 문재인 대통령이 가습기 살균제 피해대책 마련과 재발 방지, 그리고 피해자를 직접 만나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환경부는 여전히 가습기 살균제 문제는 쉬쉬하며 진상규명과는 거리가 먼 행태를 보이고 있습니다.

한국환경보건학회의 연구 결과에는 제품 구매자들에 대한 조사도 있었습니다. 제품 구매자들의 89.9%가 홈플러스, 이마트, 롯데마트 등 대형할인마트에서 구입했다고 조사됐습니다. 그리고 여러 제품의 중복 사용을 포함한 조사에서 삼성TESCO가 홈플러스를 운영할 때 판매했던 홈플러스의 ‘가습기청정제’ 제품을 구매한 사용자가 전체의 23.3%에 이르렀습니다.

이와 같은 환경부의 연구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삼성이 판매한 홈플러스 가습기 살균제의 전체 사용자를 추산해보면 80만~90만명에 이릅니다. 홈플러스 제품을 사용한 후에 병원 치료를 받은 피해자는 7만~11만명입니다. 하지만 현재까지 신고된 피해자는 실제 피해규모의 1∼2%에 불과하죠.

피해자 고발 불구 검찰은 수사 안 해
삼성이 TESCO와 함께 홈플러스를 운영하던 2005년부터 2011년 사이에 삼성은 2001년부터 판매된 옥시싹싹이나 2003년부터 판매된 롯데마트 PB 가습기 살균제 상품을 성분까지 동일하게 카피해서 ‘가습기청정제’라는 이름의 자체 브랜드를 만들어 30만개나 판매했습니다. 2011년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기 직전에 삼성이 홈플러스를 테스코에 매각했다고 해서 책임이 없어질까요? 당연히 책임이 있습니다. 그러나 세상은 삼성이 이 참사에 관련이 없는 것으로 지금까지 알고 있는 것입니다.

가습기 살균제 참사의 특징 중 하나가 국내 대기업들이 대거 연루돼 있다는 사실입니다. SK그룹의 SK케미칼, 롯데그룹의 롯데마트, 신세계그룹의 이마트, LG그룹, GS그룹 등입니다. 여기에 삼성그룹의 삼성물산이 그동안 비켜나 있었지만 밝힌대로 깊숙이 관여했고 책임이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와 검찰은 집단사망사건으로서 삼성과 테스코를 수사하고, 공정거래위원회는 관련사항을 철저히 조사해야 합니다. 삼성은 소비자와 국민에게 사과하고, 자체적인 피해조사를 실시해 피해대책을 제시해야 합니다.

2017년 7월 3일 서울 송파구에 있는 삼성물산 본사 앞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시민단체 회원들이 홈플러스PB 가습기살균제 판매의 책임이 삼성에게 있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환경보건시민센터 제공

가습기살균제 Q&A

가습기 살균제 참사와 구글코리아 사장 존 리


7월 19일 오후 1시쯤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의 역삼역 바로 옆에 있는 ‘강남파이낸스센터’ 앞에 일군의 사람들이 모여듭니다. 이들이 가방에서 주섬주섬 꺼내어 펼쳐든 것은 몇 장의 현수막이었는데 ‘구글코리아는 살인자 존 리를 해임하라’, ‘Go to jail, John Lee’라는 글귀가 쓰여 있습니다. 한 사람이 펼쳐들 수 있는 작은 현수막에는 ‘제2의 옥시를 막자’, ‘가습기 사태 방관한 존 리, 구속 수사하라’, ‘억울하게 죽어간 우리 아이 살려내라’는 말들이 적혀 있습니다.
[‘엄마, 숨이 안 쉬어져’](46) ‘가습기 살인사건’의 진짜 범인은 삼성이다

강남파이낸스센터에는 구글코리아가 입주해 있습니다. 구글코리아는 IT강국 한국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기업 중 하나로 평가됩니다. 구글코리아의 CEO가 존 리(John Lee·미국 국적·한글 이름 리존청)라는 인물인데 가습기 살균제 참사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자입니다. 그는 2005년 6월 1일부터 2010년 5월 10일까지 5년여 동안 옥시레킷벤키저(이하 옥시RB)의 대표이사를 지냈습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는 바로 존 리가 옥시RB를 책임지는 CEO를 지낸 바로 이 기간에 가장 많은 옥시싹싹 가습기당번이 판매되었고 피해자도 가장 많이 발생했습니다. 형사재판 과정에서 밝혀진 이야기인데, 옥시싹싹 가습기당번 제품에 ‘아이에게도 안심’이라는 광고문구를 사용하는 데 대해 옥시 내부에서 이의가 제기되었지만 사장인 존 리는 계속 사용하도록 했습니다. 만약 이때라도 존 리가 가습기 살균제 옥시싹싹에 노출된 아이들에게 문제가 안 생기는지 점검하도록 했다면 피해자를 상당히 줄일 수 있었을 것입니다.

2016년 5월 법원이 존 리의 구속영장을 기각하자 7월 검찰이 그를 불구속 기소했고 11월 징역 10년을 구형했습니다. 그러나 2017년 초 법원은 1심 판결에서 그와 외국인 임원에 대한 수사 미진을 이유로 죄를 묻지 않았습니다. 무죄가 나온 것입 니다. 이에 검찰이 항소했고 7월 26일 항소심 판결이 나옵니다.

2016년 8월 말 국회에서 열린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존 리는 증인으로 채택되었지만 출석하지 않았습니다. 옥시RB가 자체적으로 옥시싹싹 가습기당번의 독성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서울대 교수 등을 통해 동물실험 결과를 조작하고 증거를 없애는 과정이 있었습니다. 이런 과정에 관여한 것으로 의심되는 옥시RB 및 RB 본사 등의 여러 외국인 직원들이 증인으로 채택되었지만 이들도 존 리와 같이 청문회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대한민국 국회와 국민, 그리고 피해자들을 우롱했다는 지적이 쏟아진 것은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과 시민단체들은 구글코리아 사장 존 리가 가습기 살균제 참사의 핵심 인물이라고 지적합니다. 참사의 핵심 주범이자 살인자라는 것입니다. 때문에 피해자들은 존 리를 감옥으로 보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피해자들은 가습기 살균제 형사사건의 항소심 재판부가 존 리를 엄벌하고 법정구속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최소한 검찰의 1심 구형량인 징역 10년을 선고해야 한다고 주문합니다. 또한 피해자들은 구글코리아가 존 리를 CEO에서 해임해야 한다고 기자회견에서 주장했습니다.

가습기 살균제 참사의 특징 중 하나는 유럽계 다국적기업들이 연루돼 있다는 사실입니다. 가장 많이 제품을 팔고 피해자도 가장 많은 옥시RB는 영국계 레킷벤키저이고, 삼성과 함께 가습기 살균제 PB 상품을 만들어 판 홈플러스는 영국계 테스코였으며, 119가습기살균제를 만들어판 헨켈은 ‘홈피파’로 유명한 독일 기업입니다. 가습기 살균제 세퓨의 원료를 공급한 것은 덴마크의 케톡스였고, 알약 제품인 엔위드 완제품이 수입된 나라는 아일랜드였습니다. 그런데 대한민국 검찰의 수사 미비로 이들 유럽계 다국적기업의 어떤 외국인 임원들도 책임지지 않고 있고 법원의 단죄를 받지 않고 있습니다.

‘강남파이낸스센터’ 앞의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존 리와 같은 핵심 책임자인 외국인 CEO를 단죄하지 않는다면 한국은 다국적기업이 수많은 소비자를 죽게 하고 다치게 했어도 아무런 죗값을 물지 않아도 되는 ‘호갱’이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수천 수만명의 영유아와 산모 등을 죽이거나 아프게 하고도 책임지지 않는 파렴치한 다국적기업의 외국인 사장을 단죄하지 않고 IT산업계의 대표적인 기업인 구글코리아의 CEO로 놔두어서는 안 된다고 말입니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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