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여섯 번째 자동화 물결의 시대’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지금은 거대한 여섯 번째 자동화 물결의 시대입니다. 이 시대는 ‘데이터’가 ‘연료’가 됩니다. 당연히 이 연료를 잘 다루고 활용하는 기업이나 사람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아무르 아와달라(Amr Awadallah) 클라우데라 공동설립자 겸 최고기술책임자(CTO)가 최근 방한 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이 회사는 빅데이터를 저장, 처리, 관리하는 플랫폼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다. 3년 전 인텔 등에서 41억 달러를 투자받았고 지난 4월 29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그는 인류 역사에서 지금은 여섯 번째 자동화 물결의 시대라면서 지난 다섯 번의 물결에 대해 설명했다. 첫 번째 자동화 물결은 10만년 전으로 ‘지식 전달 자동화’를 가능케 한 ‘언어’가 등장한 때다. 인류는 이 언어를 통해 대화를 하면서 지식과 정보를 다음 세대에 넘겨줬다.

7월 11일 방한한 아무르 아와달라 클라우데라 공동설립자 겸 최고기술책임자(CTO)가 빅데이터의 미래를 주제로 미디어간담회를 갖고 있다./클라우데라

7월 11일 방한한 아무르 아와달라 클라우데라 공동설립자 겸 최고기술책임자(CTO)가 빅데이터의 미래를 주제로 미디어간담회를 갖고 있다./클라우데라

두 번째는 1만년 전으로 식량 생산의 자동화시대다. 인류는 채집과 사냥에 의존해 왔다. 하루 16시간을 이 시간에 투자했다. 자고 나서 다시 이를 위해 에너지를 소비했다. 그러다가 씨앗을 뿌리고 기르게 되고 이 농업에 짐승을 활용하면서 비약적인 생산량 증대를 맞았다. 생산량이 급증하면서 더 이상 채집과 사냥에 시간을 쓸 필요가 없어졌다. 그리고 인구가 급증했다.

세 번째는 3000년 전으로 ‘수학과 과학, 물리의 원리 발견에 따른 자동화’ 물결이었다. ‘0(제로)’를 발견하고 세상을 이해하는 법칙들도 하나씩 하나씩 그 원리를 알아가던 시대다. 첫 번째와 두 번째 물결 사이가 9만년의 시간이 걸렸지만 세 번째와 두 번째 사이는 그 간격이 이전에 비해 훨씬 줄어들었다.

네 번째는 100여년 전후의 산업화의 물결이다. 증기, 전기, 엔진을 사용하면서 생산성이 말로 할 수 없을 정도로 비약적으로 증대됐다. 이걸 이룬 국가와 국민이 전세계를 호령하던 시대이기도 하다. 또 인류의 일자리가 기계로 대체되면서 처음으로 자동화를 통한 두려움을 느낀 시대이기도 하다.

바로 이후인 70년 전에는 반도체, 비트, 컴퓨터가 등장했다. 첫 인공지능이라 불릴 수 있는 컴퓨터의 구조가 만들어졌다. 종이 기반의 기록들이 비트 기반의 자동화로 넘어가면서 더욱 빨라지고 효율적으로 되었다. 바로 다섯 번째인 IT의 물결이다. 올해는 애플 아이폰이 나온 지 10년이 되는 해다.

마지막인 여섯 번째는 수많은 기기들도 모두 연결되는 초연결 시대로, 여기서 나온 데이터를 통해 의사결정의 자동화 물결이 출렁이고 있다. 이제 사람은 기계를 학습시켜서 사람들이 하는 일을 대체한다. 자동차 운전과 실시간 번역, 질병 진단, 법률문서 검토 등에 인공지능을 활용한다. 아무르 아와달라 CTO는 “JP 모건의 변호사들이 법률서류 검토에 썼던 40만 시간이 이제 인공지능을 통해 10분 만에 끝나는 시대”라고 말했다.

거대한 흐름에 개인이 모두 대응하기는 불가능하다. 때마침 청와대에서는 일자리 현황을 파악한다고 한다. 지난 정부 10년간 새로운 물결에 대해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기업도 대응하기 쉽지 않은데 정부는 오죽할까 싶다. 그럼에도 이런 변화에도 눈을 돌리면서 어떤 일자리를 새롭게 만들어 갈지에 대해서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때인 건 분명하다.

<도안구 테크수다 발행인 겸 편집장>

IT 칼럼바로가기

이미지
탄핵 이후 준비해야 할 것들
오늘을 생각한다
탄핵 이후 준비해야 할 것들
밤새 뒤척인다. 겨우내 마음 편히 잠을 자지 못해 머리에 스모그가 낀 듯 무겁다. 창밖을 보니 눈이 내린다. 이상기온이 일상이 돼간다. 기후변화의 징후인 3월 중순 눈 쌓인 풍경은 더 이상 아름답지 않고 불길하다. 자연 시스템의 불안정성만큼이나 정치와 사법 시스템 또한 아슬아슬하다.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둘러싼 사회적 긴장은 한국 민주주의가 직면한 불안정성을 드러낸다. 일만 년간 이어온 기후 안정성과 40여 년이 채 안 된 한국의 민주주의는 기간으로는 비할 데 아니지만, 우리 삶에 당연히 주어지는 조건으로 여겨졌던 점은 흡사하다. 이번 겨울 기후환경이든 정치체제든,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온 것들이 얼마나 쉽게 흔들릴 수 있는지 여실히 드러났다. 기후위기와 정치위기라는 무관해 보이는 두 위기는 사실 그 원인 면에서도 맞닿아 있는데, 효율과 성과가 최우선시되는 과정에서 다른 중요한 가치는 간과했다는 점이다. 한국사회는 산업화하는 과정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법을 배웠지만, 화석 연료 중심의 에너지 구조를 전환하는 데 게을렀고, 정치적 다양성과 세대 간의 이해를 구현하지 못했다. 우리는 경쟁을 통해 눈부신 발전을 이루었지만, 이제는 그러한 방식의 성장이 우리 사회를 갉아먹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