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려오는 ‘챗봇 서비스’ 국내 기술수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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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에서도 챗봇(Chatbot) 도입이 확산되고 있다. 챗봇은 텍스트나 음성으로 인간과 대화하는 소프트웨어를 뜻하는 용어인데, 일반적으로 채팅 형태의 서비스를 뜻한다. 사실 오래전부터 챗봇은 존재했지만 과거에는 데이터베이스에서 대화 패턴을 찾아 기계적인 반응을 하는 수준에 불과했기에 그리 활용성이 높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빅데이터 및 머신러닝 기반의 인공지능이 크게 발전함에 따라 지능적인 챗봇이 등장하면서 다시금 주목을 받게 됐다.

현재 챗봇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기업은 페이스북이다. 페이스북은 2017년 4월 기준 10억명의 실사용자를 가진 페이스북 메신저를 기반으로 챗봇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다. 외부 개발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챗봇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를 공개해 이를 기반으로 각종 정보 제공, 상품 판매, 식당 예약, 항공권 예매, 뱅킹 등을 제공하는 10만여개의 챗봇이 만들어진 상태다.

챗봇과 대화하며 쇼핑을 하는 화면.

챗봇과 대화하며 쇼핑을 하는 화면.

페이스북이 우위를 점하고 있는 메신저를 기반으로 챗봇 생태계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면, 구글은 자사가 강점을 지닌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와 음성인식 기술을 기반으로 ‘구글 어시스턴트(Google Assistant)’를 출시하고 생태계를 확장해 나가고 있다. 또한 구글은 2016년 9월 챗봇 관련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 API. AI를 인수했다.

국내에서는 대표적인 모바일 메신저 앱인 카카오톡과 네이버 ID 기반의 채팅 서비스인 네이버 톡톡을 기반으로 챗봇이 제공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현재 챗봇을 일종의 고객 서비스 채널로 오픈하고 있는데, 주로 e커머스와 금융분야에서 관심이 높다. 지난 3월 풀무원은 카카오톡에 챗봇 서비스를 오픈하고 24시간 고객상담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이를 통해 단순 고객 문의에 대한 답변뿐만 아니라 주문 조회 및 변경도 제공한다. 신한카드는 지난 6월 카카오톡, 네이버 톡톡, 페이스북의 3개 채널에서 동시에 챗봇 서비스를 오픈했다. 앞으로 우리은행, 미래에셋생명, OK저축은행 등 여러 금융기관들이 챗봇을 도입할 예정이다.

이처럼 기업들이 챗봇 도입에 나서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 이유로 살펴볼 수 있다. 첫째, 챗봇을 고객 서비스 채널로 사용함으로써 상당한 인건비와 부대비용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챗봇을 판매채널로 사용함으로써 직접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챗봇이 직접 물품을 판매하고 결제까지 수행하는 수준에는 이르지 못한 상태이지만, 앞으로는 챗봇이 중요한 판매채널 중 하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기관 테크나비오(Technavio)의 전망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전 세계 챗봇 시장은 연평균 37%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모바일 메신저는 스마트폰에서 사용자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앱이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 이를 기반으로 하는 고객 채널을 갖는다는 것은 매력적인 일이며, 사용자도 본인이 사용하는 메신저에서 곧바로 상담을 할 수 있기에 유용하다고 느낀다.

그런데 안타까운 사실은 현재 국내에서 오픈된 챗봇들을 보면 그리 지능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머신러닝을 통해 학습을 한다고 주장하지만 사실상 인공지능이 아니거나 낮은 수준에 불과해서 거의 정해진 답변밖에 내놓지 못한다. 아무래도 국내에서 똑똑한 챗봇을 만나기까지는 적지않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류한석 소장 (류한석기술문화연구소) ryu@peoplewa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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