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비즈니스와 관련해 가장 화제가 된 뉴스는 아마존이 홀푸드 마켓을 137억 달러(한화 약 15조원)에 인수한 것이다. 홀푸드 마켓은 지역 유기농 제품을 위주로 파는 대형마트 체인으로, 경쟁 마트인 타깃, 트레이더 조스 등에 비해서 가격대가 약간 높기 때문에 평균적으로 중산층 이상이 사는 동네에 많이 있다. 아마존을 IT 회사로만 본다면 이 딜이 놀라울 수도 있지만, 아마존을 유통회사로 본다면 사실 놀랍지 않다.

최근 아마존이 인수한 홀푸드 마켓. | 플리커
필자는 연회비를 내고 아마존으로부터 가격할인, 배송기간 단축 등의 혜택을 받는 프라임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책·전자제품 등을 비롯해 거의 모든 제품을 아마존을 통해서 사지만, 아마존에서 사지 않는 게 몇 개 있다. 그 중에 하나가 청과물이다. 청과물은 직접 보고 사지 않고서는 신뢰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즉, 아마존으로서는 홀푸드 마켓이 잘하고 있는 부분이 자신이 가장 취약한 부분 중 하나다. 하지만 청과물 쇼핑은 사람이 먹고 살아야 하기 때문에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해야 한다. 또한, 미국에서 건강 관련 비용이 커지면서 사람들이 좋은 걸 먹는 데 관심이 매우 높아졌다. 이렇게 볼 때 아마존으로서는 인수대상으로서 이에 관련된 트렌드를 선도해온 홀푸드 마켓이 매력이 있었을 것이다.
나아가, 같은 관점에서 아마존이 음성인식 스마트기기인 에코의 최근판으로 소개한 제품이 에코 룩인 것도 주목할 만하다. 카메라로 사용자를 촬영하여 패션 관련 팁을 제공해주는 에코 룩은 아마존의 또 다른 취약부분인 의류시장을 겨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역시 직접 보지 않고서는 판단하기 어려운 부분으로, 그동안 아마존이 고전을 면치 못했던 영역이다.
결정적 예로 최근 입는 전자기기(웨어러블) 중에 가장 잘 팔린 제품이 왜 단연 핏빗(Fitbit)인지 생각해보자. 핏빗은 사용자의 운동패턴을 분석해서 관련 정보를 제공해주고, 이 정보를 상호 공유해서 사용자 지인들 간에 경쟁을 유도하는 기기다. 손목에 착용할 수 있고, 최근에는 정기적으로 일정 금액을 지불하면 모바일 앱을 통해서 퍼스널 트레이닝 서비스도 제공한다. 핏빗도 앞서 홀푸드 마켓과 마찬가지로 미국에서 건강 트렌드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이해하면, 왜 흥행하는지 알 수 있다.
미국에서는 이제 청바지만큼이나 요가 팬츠를 흔하게 본다. 편하게 입는 걸 넘어서, 역동적인 삶을 산다는 걸 보여준다는 게 유행이다.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을 하는 사람들은 자기 건강과 환경을 동시에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힙(‘힙’은 유행을 아는 사람이란 뜻)한 사람은 비싼 차를 운전해서 오는 게 아니라, 자전거를 타고 약속장소에 달려온다.
한국이 아직도 집·차 같은 것에 자기 표현의 일종으로 관심이 많다면 미국에서는 이제 그런 관심이 몸, 그리고 그에 연관된 환경에 대한 관심으로 많이 옮겨갔다. IT제품, 서비스를 만든다고 해도 미국 소비재시장을 뚫으려면 결국 미국 사람들의 생각과 삶을 알아야 한다. 반대로 미국인들이 어떻게 사는지 이해하면, 왜 어떤 제품과 서비스가 현재 흥행하는지 더 쉽게 이해가 된다.
<김재연 (UC 버클리 정치학과 박사과정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