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애플도 인공지능 음성인식 스피커(이하 AI스피커)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일반적으로 AI스피커는 기존의 블루투스 스피커에다 음성인식 기능과 클라우드 연결 기능을 갖추고서 각종 콘텐츠 및 서비스(스마트홈 제어, 택시 호출, 피자 배달 등)를 제공하는 스피커를 의미한다.
연내 애플이 ‘홈팟’이라는 명칭의 AI스피커를 349달러에 출시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AI스피커 시장을 둘러싼 글로벌 경쟁이 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AI스피커 제품 카테고리를 사실상 처음으로 만들어낸 기업은 아마존이다. 아마존은 2014년 11월 자사의 유료 멤버십 프로그램인 프라임 고객을 대상으로 ‘에코’를 예약 판매하기 시작했다. 당시 아마존은 정식 출시 가격의 절반에 불과한 99달러에 판매해 프라임 고객들에게 꽤 좋은 반응을 얻었다. 아마존은 그렇게 자사의 충성스런 고객층을 대상으로 판매를 해 성공적인 흐름을 만들어 낸 다음, 이후 일반 고객들에게도 에코를 판매하고 유럽으로 판매 시장을 넓혔다.

구글이 내놓은 인공지능 음성인식 스피커 구글홈. / 구글홈페이지
시장조사기관 CIRP에 따르면 에코는 출시 이후 약 2년 동안 820만대가 팔린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같은 에코의 성공은 아마존의 커머스, 콘텐츠, 프라임 서비스가 절묘하게 결합된 결과였으며 많은 기관들이 에코의 장밋빛 전망을 예측하고 있다.
에코의 성공에 자극을 받은 경쟁업체들은 에코와 유사한 제품을 속속 출시하고 있다. 구글은 아마존보다 2년 늦은 2016년 11월 ‘구글홈’을 미국에서 출시했다. 올해 4월 영국에 이어 여름에는 호주, 캐나다, 독일, 일본 등에서도 판매할 예정이다.
국내 대기업들 중에서 가장 먼저 제품을 출시한 기업은 SK텔레콤으로, 2016년 9월 ‘누구’를 출시했다. KT도 ‘기가지니’를 출시했고, LG유플러스도 연내 AI스피커를 출시할 예정이다.
이통3사와 더불어 AI스피커 시장을 탐내는 기업의 또 한 축은 포털들이다. 네이버는 올해 3월 라인과 공동개발한 인공지능 플랫폼 ‘클로바’를 공개했으며, 올해 여름에 클로바를 탑재한 AI스피커 ‘웨이브’ 출시, 연말에는 AI로봇 ‘페이스’를 출시한다고 밝힌 상태다. 카카오는 올해 7월 인공지능 서비스 앱을 출시하고 3분기 내에 AI스피커를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아마존, 구글, 애플과 같은 거대 IT기업들과 국내 이통3사, 포털들이 모두 AI스피커 시장에 뛰어드는 이유는 명백하다. AI스피커를 가정에 침투시킴으로써 자사의 각종 서비스들을 소비자들이 이용하게끔 만들고 이를 통해 지속적인 수익을 창출하기 위함이다. 앞으로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인공지능 관련 비즈니스에서 고지를 선점한다는 전략적인 의미도 크다.
하지만 아마존 에코의 성공은 이미 탄탄한 고객층을 확보하고 있는 탁월한 커머스 서비스와 콘텐츠 서비스에 기반했기 때문이지, 단지 AI스피커의 기능적인 이유 때문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1) 기존의 충성스런 고객층을 갖고 있지 못한 데다, (2) 자사만의 독특하고 강력한 서비스라고 할 만한 게 딱히 없고, (3) 다양한 서드 파티 서비스를 연계해낼 역량이 부족하거나 그럴 의지가 박약한 업체의 제품은 그 탄생부터 실패할 명운을 타고났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시장을 바라보면 독자 여러분은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 제품, 애매한 제품, 실패할 가능성이 높은 제품을 충분히 구분해낼 수 있을 것이다.
<류한석 소장 류한석기술문화연구소 ryu@peoplewa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