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융(情融)의 시대, 클라우드를 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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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섬웨어 워너크라이(WannaCry) 사태는 진정국면에 들어 간 것 같다. 국내에도 적잖은 피해를 남겼을 터이지만, 신고건수는 미미하다고 한다. 신고한다고 인질로 잡힌 데이터가 돌아올 리는 없고 귀찮기만 할 터이니, 그냥 자가 치료의 방법을 선택한 듯하다. 질병관리는 보통 이런 식으로 구멍이 생긴다.

이번 랜섬웨어 사태는 한 가지 교훈을 남겼는데, 그것은 바로 백업의 중요성이다. 만약 최신 백업만 있었다면 최악의 사태는 약간의 불편함으로 축소될 수 있다. 오히려 이를 계기로 포맷을 하면 그동안 쌓였던 불필요한 찌꺼기들을 떨어낼 수 있으므로 개운해질 수도 있다.

가능하다면 현재 PC의 모든 것을 백업해 두면 좋겠지만, 저장공간과 전송속도와 실행 편의성 등 백업은 아무리 편해졌다 해도 여전히 번잡한 일이다. 일반인들은 언감생심 좀처럼 감행하지 않는 일이기도 하다.

한국인터넷진흥원 인터넷침해대응센터 종합상황실에서 5월 14일 감시요원들이 국제적인 랜섬웨어 공격에 대비해 전산망을 감시하고 있다./김영민 기자

한국인터넷진흥원 인터넷침해대응센터 종합상황실에서 5월 14일 감시요원들이 국제적인 랜섬웨어 공격에 대비해 전산망을 감시하고 있다./김영민 기자

그렇다면 백업을 내가 직접 하지는 않더라도 백업을 늘 하는 파트너를 고용하는 방법을 쓰자. 바로 클라우드다. 특히 원드라이브나 구글드라이브, 드롭박스처럼 PC의 작업 폴더를 동기화해주는 서비스들은 내가 전혀 신경 쓰지 않아도 내 파일들을 클라우드에 올려놓고 있으니 백업이 된 효과를 준다.

게다가 대개의 클라우드 서비스들은 우리가 그 클라우드에 저장을 할 때마다 이력(履歷)을 기억하고 있다. 설령 랜섬웨어가 모든 파일을 뒤엎어 놓고, 그 파일들이 클라우드로 빨려 올라가 동기화되었다고 해도 직전 버전으로 복구하면 그만이다.

PC의 저장공간은 수백 GB, 심지어 수 TB로 커졌지만, 그 안에서 우리가 직접 만들어내는 정보의 양은 그리 크지 않다. 우리가 정말 지켜야 할 정보는 우리 스스로 만들어서 어디에도 없는 정보들이다. 그리고 지금은 우리의 생산량을 충분히 능가하는 클라우드를 무료로 쓸 수 있는 시대다. 문서 등 문자정보는 용량이 워낙 미미하지만, 설령 용량 큰 사진이라고 하더라도 구글 포토 등은 무제한으로 동기화를 시켜준다.

기업에도 이제 클라우드는 필수가 된 지 오래다. 수요에 따라 능동적으로 끌어 쓸 수 있는 유연성에, 초기 설비 투자비가 들지 않으니 고정비를 변동비로 바꿀 수 있다는 회계상 장점도 있다. 설비에 대한 준비도 필요 없으니 시장 진입의 속도도 높일 수 있다. 게다가 클라우드 업자는 대개 글로벌한 기술 기업이다. 세계 진출에 유리할 뿐만 아니라 기술력이 있으니 미래에 밀어닥칠 수 있는 문제점이나 과제도 선제적으로 대응해 준다.

백업을 의무로 생각하면 귀찮은 일이지만, 클라우드라는 기회를 이용한다고 생각한다면 안 하면 손해인 일이다. 지금이라도 당장 내 문서만큼은 클라우드에 동기화하자.

우리가 현금을 집에 보관하지 않고, 필요에 따라 대출도 하고 저금도 하듯 앞으로는 금융(金融)과 같은 정융(情融)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소중한 자산을 집에 뒀다가 화재나 도난과 같은 불상사를 당하는 일은 사라진 지금, 여전히 소중한 정보를 내 폴더에만 덜렁 두는 일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심지어 관공서를 포함한 많은 기업들은 이 클라우드를 안전을 이유로 금지하고 있기도 하다. 서글픈 시대착오다.

<김국현 IT칼럼니스트·에디토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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