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탐색]전쟁에 관한 고통의 증언들](https://img.khan.co.kr/newsmaker/1229/20170606_96.jpg)
아연 소년들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지음·박은정 옮김 문학동네 펴냄·1만6000원
‘목소리 소설’이란 독특한 문학 장르를 개척한 벨라루스 출신의 저널리스트이자 작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를 법정 위에 서게 한 문제작이다.
이 책 <아연 소년들>을 구성하는 한 문장 한 문장도 전쟁에 관한 고통의 증언들이다. 이 책을 쓰기 위해 저자는 4년간 아프가니스탄 곳곳을 돌며 소련·아프가니스탄 전쟁의 참전군과 ‘아연 소년들’로 불린 전사자들의 어머니를 대상으로 500건 이상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책의 제목이기도 한 ‘아연 소년’이란 소년병들의 유해가 아연으로 만들어진 차디찬 관에 담겨 돌아왔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아들이 전쟁에서 전사해도, 살아서 돌아와도 어머니들의 전쟁은 끝나지 않는다. 그러나 국가는 없었다. 최근 ‘2017 서울국제문학포럼’ 참석차 한국을 찾은 저자는 “평생 역사를 사람의 크기로 작게 만드는 작업 하나에만 매달려 왔다”면서 “이 ‘작은 사람들’이 국가의 이용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국가는 이들을 착취하고 서로를 죽이게 했지만, 이런 평범한 사람들의 역사는 간과돼 왔다”고 말했다.
작가는 <아연 소년들> 출간 이후 또 한 번의 전쟁을 치른다. 그간 국가에 의해 신화화되었고 영웅시됐던 참전군인의 명예를 훼손하고 국가의 전쟁에 이의를 제기했다는 이유로 법정에 서게 된 것이다. 책의 마지막 장에는 전쟁만큼 참혹했던 저자의 이 ‘두 번째 전쟁’ 이야기가 담겨 있다. 1993년 12월, 저자 알렉시예비치가 피고인석에서 일어나 했던 최후 진술 역시 그대로 책에 쓰여졌다. “나는 전쟁을 증오하고,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의 삶을 결딴낼 권리를 갖고 있다는 생각 자체를 증오합니다. 이토록 상세한 내용과 감정이 정말 머리로 지어낼 수 있는 것들일까요? 제 책 속에 등장하는 그 온갖 끔찍한 일들이요?”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