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판도라 상자가 열린 직후 실소를 금할 수 없는 보도가 잇달았다. 그 중에 하나가 최순실씨가 지난 2013년 박근혜 대통령 취임 기념우표 디자인 작업에 개입했다는 보도였다. 당시 우체국은 ‘나만의 우표’라는 서비스를 통해 박 전 대통령 취임우표를 발행했다. 박 대통령의 어린 시절부터 대통령 후보 시절까지 다양한 모습을 담은 우표 15장이 한 묶음이었다.
우표 수집가에게는 대통령 취임 기념우표는 꽤 인기가 높다. 그 자체가 역사성을 갖기 때문이다. 신임 대통령의 국정운영 철학이 한 장의 우표에 집약되는 게 보통이다. 역대 대통령의 기념우표를 모으면 우표 한 장 한 장이 대통령 우표 시리즈의 한 부분이 된다.

2017 대한민국 우표 디자인 공모대전 포스터
하지만 우표수집가 사이에서 박 전 대통령의 우표는 세련되지 못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우표 디자인이 디자인의 한 분야로서 자리매김한 1960년대 이후 최악의 디자인이라는 얘기였다. 심지어 “디자인의 ‘디’ 자도 모르는 사람이 디자인한 것 아니냐”는 힐난이 나올 정도였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이 문제가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신경민 의원은 “실제 누가 디자인을 했느냐”고 따져물었다.
박 전 대통령의 기념우표 묶음을 누가 디자인했는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다. 당시 박 대통령의 기념우표는 무려 218만장이 발행됐다. 1억6400만원이 들었다. 여기에는 디자인 개발비는 포함되지 않았다. 미국의 경우 기념우표 한 장을 만드는 데 대략 4만 달러(약 4500만원)가 든다고 한다. 돈이 얼마가 들든 우표 수취인에게 준 실망감은 이마저만한 것이 아니다.
우표는 어떤 과정을 통해 만들어지는가. 우표 발행 심의→디자이너 선정자료 수집→외부작가 협의→천공(우표 형태) 및 신기술 검토→원도 디자인(아이디어 스케치 및 채색)→자문(문화, 역사, 생물, 예술 등)→수정 및 보완→디자인 심의→ 수정 및 보완→우표 인쇄 관계자 회의→우표 원도 확정→우표 인쇄와 같은 복잡한 과정을 거쳐 우표가 탄생한다.
그렇다면 우표 디자인이란 무엇인가. 1950년대 독일 우정청 그래픽아트 자문위원장을 맡았던 에밀 프레토리우스라는 디자이너의 정의를 들어보자. 그는 “우표 디자인은 고상하고 특별하며 인상적으로 그 기능을 수행해야만 하고, 예술적인 관점에서나 형태의 언어라는 점에서 현재에 속한다”고 말했다. 이 말 속에는 우표 디자이너로서의 자부심이 배어 있다. 다시 말하면 현대사를 기술하는 사관이라는 의미다.
국민 누구나 이 같은 의미 있는 작업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 바로 대한민국 우표 디자인 공모대전을 통해서다. 우정사업본부는 지난 1991년부터 세계에 우리나라 우정문화를 널리 알리고 대한민국 우표 디자인에 국내외 청소년·일반인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대한민국 우표 디자인 공모대전을 매년 개최하고 있다. 당선작은 우표로 발행된다.
올해의 공모대전은 초·중·고등부, 일반부로 나눠 개최된다. 주제는 ‘함께하는 다문화 사회’, ‘관용과 배려하는 사회’로 한 사람이 두 개의 주제 모두 응모할 수 있지만 주제별 출품작은 한 개로 제한된다. 참여는 우편이나 인터넷으로 응모하면 된다. 공모전 홈페이지(http://www.stampdesign.kr)에 들어가면 자세한 접수방법을 알 수 있다.
접수된 작품은 심사를 거쳐 대상 5명(초·중·고등부 각 1명, 일반부 2명), 금상 5명(초·중·고등부 각 1명, 일반부 2명) 등 총 20명을 선발해 상장과 상금을 수여한다.
<김경은 편집위원 jjj@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