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지는 7건 참사를 소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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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탐색]잊혀지는 7건 참사를 소환하다

재난을 묻다
4·16세월호참사작가기록단 재난참사기억프로젝트팀 지음·서해문집 펴냄 1만3500원

세월호 이전에도 국가의 무능과 자본의 이익 극대화로 인한 재난 참사가 있었다. 다만 세월호 이전과 이후 달라진 것이 있다면, ‘희생자’라는 명명 속에 사상자 숫자로만 남은 이들의 이야기에 주목해 이를 집단적 기억으로 복원하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금요일엔 돌아오렴>, <다시 봄이 올 거예요> 두 권의 책으로 이 작업을 이어왔던 4·16세월호참사 작가기록단이 국가의 무책임과 시간의 망각에서 잊혀져 가는 7건의 재난 참사를 꺼내와 되짚었다.

세월호 참사 3주기에 맞춰 발간된 책이지만, 책은 세월호 이전 벌어진 7건의 재난 참사를 차례로 소환해 왜 이 땅에서 이런 참사가 반복되는지 묻는다. 1979년 남영호 침몰 참사부터 1999년 씨랜드 화재 참사, 2003년 대구지하철 화재 참사, 2011년 춘천 봉사활동 산사태 참사, 2013년 여수국가산단 대림산업 폭발 참사와 같은 해 벌어진 태안 해병대 캠프 참사, 2014년 장성 효사랑요양병원 화재 참사까지. 꼬박 2년 6개월이 걸린 작업기간 동안 피해자를 수소문하고, 유가족을 만나 증언을 듣고, 관련 장소를 찾고 자료를 살폈다. 무엇보다 이 기록이 소중한 것은 <금요일엔 돌아오렴>이 그랬던 것처럼 국가와 자본이 외면하고 찍어 눌렀던 희생자 한 사람 한 사람의 목소리를 되살렸다는 점이다.

저자들은 “오래돼서, 현재라서, 해결되지 않아서, 쉽게 지워져서 등등의 이유로 기록이 쉽지 않았고, 상흔으로 얼룩진 마음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고 말한다. 각자 다른 시공간과 이유에서, 그러나 동시에 지독한 생명 경시라는 일관된 원인에서 반복됐던 재난 참사들을 소환하며 하나의 진실이 명료해진다.

“기억이 기록되지 않는 이상 진실에 닿을 수 없다. 기억과 기록이 가능할 때만, 그래서 진실이 드러날 때만 합당한 치유와 보상, 유사 사건 재발 방지, 용서와 화해를 통한 공동체의 회복이 가능하다고 믿는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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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나아진 게 없다
오늘을 생각한다
아동학대, 나아진 게 없다
지난 6월 10일 경기 수원시청 앞에서 수원시 장안구의 한 민간어린이집에서 벌어진 집단 아동학대 관련 기자회견을 했다. 비슷한 사건을 접할 때마다 가해자들의 범죄행위에 치를 떨면서, 피해 아동 보호자들이 지친 마음과 몸을 이끌고 기자회견을 하게 만드는 망가진 시스템에 분노한다. 만 2세 반 어린이 13명에게 2명의 교사가 상습 폭력을 가했다. 경찰이 확보한 35일 치 CCTV에서 350건의 학대 행위가 발견됐고, 가해 교사 2명과 원장이 상습 아동학대와 방조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그러나 피해 가족들은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원장은 아무런 행정 처분 없이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고, 가해 교사 2명은 자진 사직했기에 자격정지 등 처분을 받았는지 알 수 없다. 수원시는 할 수 있는 행정 조치는 다 했다며, 재판 결과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피해 가족들은 수원시 행태가 마치 2차 가해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아동들은 여전히 불안과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자다가 몇 번씩 잠에서 깨는 한 어린이는 “꿀향기반 선생님들이 자기를 데리러 올까봐 무섭다”고 했다. 다른 어린이는 작은 소리에도 몸을 움찔하고, 밤마다 악몽에 시달린다. 지난 1월 CCTV 영상을 확인하고 경찰 신고, 언론 보도가 이어졌지만 5개월 동안 가족들의 삶은 하루도 편하지 않았다. 만 2세 어린 아기들을 밀치고, 넘어뜨리고, 머리채를 끌어당기고, 냅다 던져버리는 영상을 보며 엄마·아빠들의 마음은 지옥으로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