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한 대선 판세 ‘문재인 대 안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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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식의 사회]급변한 대선 판세 ‘문재인 대 안철수’

문재인과 안철수, 두 후보는 이제부터 자신의 약점을 최소화 하고 강점을 극대화 시키면서 뜨거운 대결을 벌이게 될 것이다. 이번 대선이 이렇게 문재인과 안철수, 야당끼리의 대결로 가게 된 것은 보수정당들의 궤멸적 상황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대선 판이 출렁이고 있다. 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대세론을 등에 업고 부동의 선두를 달려온 판세가 급변하고 있는 것이다. 각 정당의 경선이 끝나자마자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이 급상승하면서 문 후보를 바짝 추격하는 모습이다. 양자 대결에서는 역전된 여론조사 결과들이 속속 나오는가 하면, 다자구도에서도 접전을 벌이는 결과들이 나오고 있다. 대세론은 무너졌고 예측불허의 판세가 전개되기 시작했다.

위기경보 발령하고 나선 문 후보측

이미 대통령 다 된 것 아니냐는 소리까지 들었던 문 후보가 다시 원점으로 가서 안 후보와 쉽지 않은 대결을 벌이게 된 데는 대세론에 안주하며 역동성을 보여주지 못한 탓이 크다. 오랜 시간 동안 선두 자리에 있으면서 문 후보는 부자 몸조심한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온 것이 사실이었다. 아마도 그대로만 가도 당선은 기정사실이라는 안이한 판단이 낳은 모습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기대와는 달리 대선구도가 ‘문재인 대 안철수’의 대결로 가는 상황이 되자, 문 후보 측은 뒤늦게야 위기경보를 발령하고 있다. 안 후보를 향한 네거티브에 돌입하면서 문 후보까지 나서서 ‘사면 발언’을 공격하고 ‘적폐연대’ 프레임을 제기하는 대응에 들어갔다. 하지만 그 과정이 도리어 상대 지지층의 결집을 가져오면서 ‘문-안’의 양자 구도를 조기에 굳혀버렸다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문 후보로서는 기존의 선거전략을 원점부터 재설정하는 것이 불가피해졌다. 특히 적폐청산의 기치가 탄핵국면에서는 높은 지지를 받았지만, 이제 미래를 보고 선택하는 대선에서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과거에 대한 청산을 넘어서는 미래에 대한 비전을 보여야 지지를 넓혀나갈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여전히 두터운 반(反)문재인 정서를 넘어설 수 있는 새로운 리더십을 단기간에 보여줄 수 있느냐가 현실적 관건이다. 진작에 풀었어야 할 숙제들을 제출일이 임박해서야 갑자기 풀어야 하는 상황이 되어버린 셈이다.

물론 안 후보는 여전히 문 후보에게 뒤지고 있는 상태이다. 양자 대결 구도에서는 역전을 했다고 하지만 실제 상황이라 할 수 있는 다자구도에서는, 격차는 크게 좁혀졌지만, 문 후보의 우세가 지켜지고 있다. 예상했던 것보다 너무 빠른 상승세는 안 후보에게는 오히려 부담스러울지 모른다. 상승이라는 것이 무한정 지속될 수는 없는 법, 아직도 한 달가량이나 남은 선거일까지 그것을 관리해야 하는 숙제가 생긴 것이기 때문이다.

안 후보로서는 무엇보다 40석에 불과한 국민의당 집권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취약한 고리이다. 그 정도의 의석을 가진 집권여당이 어떻게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답을 내놓아야 그런 불안이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더구나 국민의당의 구성원들은 국민들로부터 안 후보만큼의 새로움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구정치인들에게 둘러싸인 안 후보가 과연 새로운 나라를 만드는 대통령이 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도 숙제이다. 또한 안 후보를 차선의 대안으로 생각하며 지지하기 시작하는 중도보수층의 지지를 유지하면서도 진보성이 강한 호남의 지지를 얻어나갈 수 있을 것인가, 즉 어떻게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것인가 하는 쉽지 않은 문제도 앞길에 놓여 있다.

문재인과 안철수, 두 후보는 이제부터 자신의 약점을 최소화하고 강점을 극대화시키면서 뜨거운 대결을 벌이게 될 것이다. 이번 대선이 이렇게 문재인과 안철수, 야당끼리의 대결로 가게 된 것은 보수정당들의 궤멸적 상황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자유한국당은 홍준표, 바른정당은 유승민 후보가 출마하지만, 두 후보에게서 보수층의 결집을 기대하기는 무리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여기에 시간이 갈수록 사표방지 심리에 따라 보수정당의 후보를 포기하고 차선의 대안을 찾아 나서는 보수층이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서 이번 대선에서 보수 정당들의 후보는 그리 큰 힘을 갖기 어려워 보인다.

반문연대의 움직임은 사실상 무산

또한 한때 떠오르던 반문연대의 움직임도 사실상 무산되면서 소멸되는 단계에 들어섰다. 문재인 후보의 당선을 막기 위해 반문재인 세력이 연대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자유한국당, 바른정당, 국민의당 일부 중진들, 김종인 전 의원 등에 의해 제기되었지만 결국 세를 규합하지 못한 채 힘을 잃은 상태이다. 특정인을 반대하기 위해 정체성 불문하고 손잡는 묻지마 연대, 그리고 박근혜 정부에 대해 책임이 있는 자유한국당이나 바른정당과 연대한다는 것이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특히 문재인 후보의 유일한 경쟁자였던 안철수 후보가 반문연대와는 선을 그었기에 그런 그림이 현실화되는 것은 불가능했다. 반문연대는 탄핵 반대세력에게 권력분점 기회를 제공함에 따라 정권교체라는 이번 대선의 기본적 요구와 충돌한다는 점에서 그것이 실패로 돌아간 것은 무척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반문연대가 무산됨에 따라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더 이상 활로를 찾기 어려운 상황을 맞게 되어버렸다. 이제는 홍준표, 유승민 후보도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에 대한 미련을 포기하고 독자적인 완주태세에 들어가는 모습이다. 그렇게 보면 이번 대선은 다자가 출마한 가운데 실질적으로는 문재인 대 안철수의 양강구도로 압축되는 것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진다. 2012년 대선정국에서 야권의 후보단일화를 놓고 경쟁을 벌였던 두 후보의 재대결은 싱거울 것으로 예상되었던 이번 대선에 대한 관심을 뜨겁게 달아오르게 만들 것이다.

그런데 두 후보의 대결구도가 현실이 되면서 지지자들 사이에는 사활적인 모습이 눈에 띄기도 한다. 내가 지지하는 후보에 대해 말하는 것이야 당연한 일이지만, 상대 후보를 지지하는 것에 대해 화를 내고 증오를 드러내는 모습까지 속출한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할 일은 아니다. 이번 대선에서 문재인이 되든 안철수가 되든, 정권교체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보수 정당들을 지지하던 상당수 보수층까지도 정권교체를 받아들이며 굳이 보수정당 후보를 고집하지는 않을 분위기이다. 그렇다면 정권교체를 원하던 사람들 입장에서는 조금은 여유를 갖고 지켜보면서 선택해도 좋을 선거이다. 누구를 선택하는 것이 더 좋은 정권교체인지, 어쩌면 행복한 고민을 하면 되는 일이다. 그러니 너무 서로에게 돌 던지는 분위기로 선거판을 이끌고 갈 일은 아니다. 정권교체를 하겠다던 시민들의 성숙함이 배어나는 그런 선거가 되었으면 좋겠다.

<유창선 시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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