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당면과제인 ‘기후변화’에 대해 과학과 예술은 어떻게 답하고 있는가를 화두로 한 전시 ‘화성에서 온 메시지’가 오는 5월 31일까지 한국화학연구원 디딤돌플라자에서 열린다. 7명의 국내외 예술가와 과학자가 참여한 이번 전시는 화성에서 지구를 바라본다는 가정 아래 기후변화의 문제점을 조명한다는 게 특징이다.
전시의 맥락은 ‘기후변화’에 대한 현실과 대안 모색으로 일관된다. 다만 과학자들은 첨단 화학기술을 이용해 기후변화의 현재와 미래를 짚어본 반면, 예술가들은 기후변화라는 생태위기를 화학기술의 방법론과 융합된 자신들만의 미적 언어로 풀어냈다는 차이는 있다.
참여 작가인 스위스의 ‘마르쿠츠 베른리’와 네덜란드 디자이너인 ‘사라 다허’는 식수가 없는 화성에서 인간이 어떻게 하면 생존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을 실험설치물 ‘Aqua forming Mars!’로 시각화했다. 마치 식물학자 마크 와트니가 화성에서 살아남기 위해 감자를 길러 식량을 늘려가는 모습을 그린 영화 ‘마션’에서처럼 소변을 이용한 생화학적 실험으로 물이 없는 화성에서의 생존법을 이미지로 표현한 게 인상적이다.

마르쿠츠 베른리와 사라 다허 작 「Aqua forming Mars」, 2017

화성에서 온 메시지 전시장면
미국 작가 ‘셔일 사프렌’은 구리 위에 화학복합물로 그린 그림 여러 점을 내걸었다. 엉기고 성긴 이미지들이 마치 세포처럼 들어서 있는 이 작품에는 이산화탄소가 식물에 미치는 영향과 종의 변화가 새겨져 있다. 그러나 그 속에는 인류에게 익숙하지 않은 상황이 도래했을 때 결국 이에 대비하지 못하면 답을 찾을 수 없다는 일종의 경고가 녹아 있다.
1990년대부터 기후변화에 관한 세계적인 예술 행동주의 작가로 알려진 미국의 ‘아비바 라마니’는 지구 변화 이후의 모습이 담긴 대륙 지도인 ‘Blued Trees Symphony’라는 제목의 사진작업을 내걸었다. 해수면이 상승한 뒤 달라지는 인간 대륙을 묘사한 이 작품에서는 인류가 꿈꾸는 유토피아의 대척점에 놓인 현실의 안일함을 엿볼 수 있다.
우리나라 작가들의 작품도 눈길을 끈다. 길현 작가는 인공적 화학유기물 속 자발적으로 생장하는 꽃을 오브제로 설치한 작품 ‘자생화’를 통해 생태학적 원리와 가능성을 보여준다. 박형준 작가는 인간 신체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와 가파르게 녹아내리는 북극의 빙하를 연관 지은 작품 ‘호흡, 지구와 몸’을 출품했다. 기후변화가 결코 남의 얘기가 아님을 시사한다.
이밖에도 탄소 자체를 이미지화하여 도상학적 게임으로 전개한 안가영 작가를 비롯해 이산화탄소로 사막화되어버린 지구를 다룬 김지수 작가의 작품이 설치됐다. 이들 작품은 하나같이 인류의 미래를 위한 상생의 고민과 밀접한 관계를 그린다.
유현주 독립 큐레이터가 기획한 이번 전시는 기후학적 관점은 물론 물리학과 화학적 상호작용, 예술과 기후변화 간 접점을 찾으려 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주제가 인류 공동의 생존문제와 맞닿아 있다는 사실은 단지 눈으로만 보고 지나치는 전시로 치부하기엔 아쉬울 만큼 육중한 무게감을 전달한다.
한편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화학예술특별전’이라 해도 무리 없는 ‘화성에서 온 메시지’는 화학, 물리학, 지리학, 기상학, 기후학과 같은 학문적 이해 없이는 접근하기가 다소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작가들의 상상력과 다양한 해석만으로도 전시장을 찾은 보람은 충분하다. 특히 필연적으로 스치는 지구, 환경, 미래에 관한 자문은 분명 의미 있는 덤이다.
<홍경한 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