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 “촛불은 시민이 모여 만든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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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이 사람]박진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 “촛불은 시민이 모여 만든 역사”

“대선 이후 한 번 정도 더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새 정부에 촛불개혁, 적폐청산을 촉구하는 촛불시위. 아, 그리고 올해 10월 29일에는 1주년 촛불시위를 해야 하지 않을까요. 어디까지나 개인 생각입니다.”

박진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 상황실장이라는 직함 대신 원래 본업인 인권단체 직위로 표기해달라며 부탁한 말이다. ‘4월 15일 이후 촛불시위는 없는 거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12억원. 박 활동가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던 ‘퇴진행동 빚 1억원 후원요청’에 대한 시민들의 답이다. 십시일반으로 이름 없는 시민들이 힘을 보탰다. 너무 많은 관심이 오히려 벅차다. 박 활동가에게 “음향무대 업체 쪽에서 7000만원 정도 그냥 빼줬다고 밝혔는데, 우선 그 액수는 다 드리는 게 어떠냐”고 물었다. “그렇지 않아도 그렇게 말씀드렸더니 ‘낙장불입이다. 우리도 가오가 있다’는 답이 돌아왔어요.” 남은 돈 중 일부는 기록과 기념사업에 사용한 뒤 사용처는 계속 논의할 예정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무대 자체보다는 광장에 나온 시민들이었습니다. 촛불토론회에서 들었던 말 중 기억나는 것이 나는 박근혜가 싫어서 광장에 나왔는데 유성기업 문제 같은 ‘자신이 모르던 세상’을 알게 되었다는 발언입니다. 박근혜 국정농단만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문제를 광장을 통해 배웠다는 것이에요.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광장은 퇴진행동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광장이 어느 누구, 몇 명의 얼굴로 대변되는 것은 반대합니다. 시민들이 하나 하나 모여 만든 역사죠.”

그가 보기에 과거에 비해 광장은 진일보했지만 광장에서 제기된 개혁과제가 완수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촛불혁명’은 아직까지 미완이다.

“‘광장의 조증, 일상의 울증’이란 말로 요약될 거 같아요. 청년 참여연대 회원이 어느 매체에 기고한 글이 기억납니다. ‘나는 광장에서 신이 난다. 하지만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타는 순간 다시 나는 20대 청년 백수가 된다’는. 연인원 1700만명이 광장에 나왔지만 그동안 개혁입법은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 하나만 통과되었어요. 87년 시민혁명을 거치면서 정권교체를 못해 ‘죽써서 개줬다’고 하지만 그래도 87년 체제를 30년간 살아왔어요. 2017년 시민혁명 이후 87년체제와 다른 체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는 중요한 과제예요. 이걸 광장에서 만들어내야 하는데 아직 풀지 못한 숙제죠. 일상의 광장에서 해내야지요.”

개인 소회를 덧붙인다면. “하고 싶은 이야기는 다한 것 같은데…. 저 진짜로 감동받았습니다. 뭐 대단한 것이 있다고 비좁은 지하철역을 올라가 기어코 광장으로 올라가는 사람들의 어깨를 보면 그렇게 눈물이 났어요. 지난겨울, 영하 10도가 넘었는데 1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몇 시간 동안 꼼짝하지 않고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을 보면서요. 사실 인권운동을 하면서 좌절도 많았고, 해고되고 쫓겨나는 사람들, 죽은 사람들의 가족을 보면서 소진되는 느낌, 정말 새로운 세상은 올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이번 촛불시위를 보면서 이 사회를 포기하지 않을 힘을 얻었습니다. 촛불과 함께 한 모든 날이 좋았습니다.”

<졍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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