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성선 시민의눈 활동가 / 권성선 제공
2012년 18대 대통령 선거 이후 부정선거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 사건뿐만 아니라 투·개표 과정, 결과가 부정하다는 의혹도 이어졌다. 몇몇 시민들은 의혹 제기를 넘어서 앞으로 혹여나 있을지 모를 부정선거를 직접 감시하겠다고 나섰다. ‘시민의눈’의 권성선 활동가(38)는 “선거 때마다 부정선거 의혹은 계속 나온다. 선거 과정을 조직적으로 감시하는 저희 같은 시민단체가 활동해야 선거 과정이 좀 더 투명하고 공정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시민의눈은 지난해 20대 총선 때부터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시민의눈 홈페이지는 스스로를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부정선거를 감시하고 선거 정의를 실현하는 시민들의 모임’이라고 소개한다. 지난해 총선 당시 첫 제안자인 김상호씨가 자신의 SNS에 사전투표함을 지키자고 글을 올린 것이 시작이었다.
권씨는 자신을 시민단체 활동가라기보다는 “아이 키우며 사는 평범한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2012년 대선 당시 그는 육아를 하며 공부방을 운영하고 있었다. 교육방송 한국사 강의를 듣던 도중 들려온 한마디가 그를 시민단체 활동가로 만들었다. 권씨는 “강의를 좀 더 잘 하기 위해 최태성 한국사 강의를 듣던 도중 강사의 ‘역사에 무임승차하면 안 된다’는 한마디가 확 꽂혔다. 선거 과정과 결과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높은데 이대로 집에만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고민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그가 직접 참관인으로 나선 것은 20대 총선이 처음이었다. 총선 당일인 지난해 4월 13일, 권씨는 서울 마포구 구민체육센터에서 한 정당의 참관인 자격으로 개표소를 찾았다. 그는 “그동안엔 선관위를 믿었는데, 직접 눈으로 보니 이렇게 허술하면 부정선거가 있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권씨는 참관인 신분 확인에서부터 이상했다고 말했다. 참관인의 신분증은 확인하지만, 몇몇 참관인들이 들고온 가방에 어떤 물품이 들어 있는지 확인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또한 투표 분류기와 계수기가 제대로 표를 분류하고 집계했는지 꼼꼼하게 살펴보는 사무원과 참관인도 생각보다 적었다고 전했다. 그는 “직접 보니 예상 이상으로 개표 과정은 형식적이었고 치밀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지난 총선 당시 시민의눈의 활동은 수도권이 중심이었다. 하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전국적으로 감시활동을 확대하기로 했다. 특히 야당 측 참관인이 많지 않았던 경상북도와 강원도에 대한 조직에 공을 들이고 있다. 또한 감시활동 인원이 어느 정도 모이면 주요 정당과 참관인 협상을 벌일 예정이다. 현재 시민의눈은 전국 243개 지자체에 텔레그램 연락망을 구축하고 참관인을 모집하고 있다.
올해 들어 시민의눈은 선관위와 두 차례 간담회를 열었다. 그 자리에서 시민의눈 활동가들은 지난 총선 때 일부 지역 선관위에서 참관인에게 고압적 태도를 보인 일, 사전투표함의 봉인상태가 완벽하지 않았던 사례 등을 전했다. 장애인 시설 등에서의 거소투표 문제 등 선거관리의 사각지대에 대한 의견도 전달했다. 선관위 측에서도 시민의눈과 긴밀한 협조관계를 갖기로 했다. 권씨는 “시민단체와 선관위가 협조적으로 일한다면 보다 깨끗하게 선거가 치러질 것이다. 5월 9일 치러질 19대 대선이 부정 의혹 없이 마무리된다면 시민의눈이 선관위 홍보대사가 될 수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백철 기자 pudmaker@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