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년층 설레게 할 ‘오 캐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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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저지 보이스>는 전설이 된 그룹 포 시즌스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 작품이다. 극중 예술성 짙은 음반을 만들어달라는 작곡자 밥 가우디오의 요구에 음반사 사장은 말한다. “프랭키 벨리의 가창력은 인정해. 하지만 그가 닐 세다카는 아니잖아.” 미국 대중음악계에서 닐 세다카가 어떤 인물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1939년생인 닐 세다카는 미국이 낳은 전설적인 팝 싱어이자 피아니스트이며 작곡가이자 음반 제작자였던 천재 음악가다. 1957년 데뷔한 이래 수백만장의 음반 판매량을 기록했고, 작사가인 하워드 그린필드, 그리고 필 코디와의 협업을 통해 500곡의 히트곡을 탄생시켰다. 닐 세다카는 아버지가 뉴욕의 택시 운전사였고, 어머니는 터키 태생이었던 전형적인 노동자계급의 중산층 가정환경에서 자랐다.

덕분에 그의 노래에는 항상 가장 보편적인 보통 미국사람들의 삶과 애환, 사랑과 이별이 잘 담겨 있다. 1950년대 말 등장해 이 뮤지컬의 제목으로도 쓰인 노래 ‘오! 캐롤’을 비롯해 ‘원 웨이 티켓’, ‘스테어웨이 투 헤븐’, ‘유 민 에브리씽 투미’, ‘캘린더 걸’ 등을 통해 한 시대를 풍미하는 절정의 인기를 구가한다.

/ ㈜SM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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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제목은 <오! 캐롤>이지만 원래 제목은 ‘헤어지기는 정말 어려워’라는 의미의 ‘브레이킹 업 이즈 하드 투 두’이다. 이 제목 역시 1960년대 그의 빅 히트곡을 그대로 차용한 경우로, 뮤지컬의 줄거리를 암시하는 일종의 복선 역할을 한다. 물론 우리말 무대에서 <오! 캐롤>로 제목을 바꾼 것은 우리 대중에게 더 익숙한 노래이기 때문이다. 음악에 얽힌 사연도 있다. <오! 캐롤>의 캐롤은 사실 실존 인물인 싱어 송 라이터 캐롤 킹을 지칭한다는 것이다. 닐 세다카는 실제로 캐롤 킹을 짝사랑해 자신의 노래를 통해 마음을 고백했던 것인데, 정작 그녀는 고교시절부터 함께 작업을 했던 작사가 제리 고핀과 연인 사이였다. 알고 보면 경쾌한 리듬의 이 노래는 가수의 슬픈 사정울 담고 있는 애잔한(?) 음악이다.

뮤지컬 <오! 캐롤>에는 닐 세다카의 히트곡들이 대거 등장한다. 당연히 그를 알고 봐야 더 재미있는 전형적인 주크박스 뮤지컬이지만, 그렇다고 줄거리 자체가 닐 세다카의 인생을 그린 것은 아니다. 무대에는 세 쌍의 각기 다른 커플들이 등장하는데, 여러 사연의 사랑 이야기를 보여주면서 아기자기한 연애담을 들려준다.

다양한 배경의 등장인물들이다보니 출연 배우들의 연령층도 폭넓다. 우리나라 1세대 뮤지컬 배우로 손꼽히는 남경주와 전수경, 김선경, 최정원 등이 김승대, 조휘, 오진영, 최우리 등 요즘 각광받는 젊은 뮤지컬 배우들과 함께 무대를 꾸민다. 마치 영화 <러브 액추얼리>의 병렬적 구조처럼 뮤지컬에서는 뚜렷한 주인공 없이 여러 배우들이 각각의 사연을 보여줌으로써 여러 사건들과 상황들, 그리고 얼기설기 엮여지는 사연들 속의 이야기를 즐기게 만든다. 휴양지의 이야기다보니 마치 1980년대 인기 외화 시리즈였던 <사랑의 유람선(Love Boat)>을 연상케 되기도 한다.

무엇보다 반가운 것은 공연장을 찾는 중장년층 관객들이다. 등장하는 사연이나 이야기 배경, 무대까지 모두 예스럽고 흥미롭다보니 관객 연령층도 더 확장됐다. 아예 복고풍 나팔바지라도 입고 가면 어떨까 싶은 마음도 든다. 엔딩의 커튼 콜이 한층 더 흥겨워질 것 같다.

<원종원 순천향대 공연영상학과 교수·뮤지컬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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