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탐색]아베 정권 배후 조종세력의 실체](https://img.khan.co.kr/newsmaker/1219/20170328_80.jpg)
일본 우익 설계자들
스가노 다모쓰 지음·우상규 옮김 살림 펴냄·1만3000원
일본 사회의 우경화 실체를 파헤친 논픽션이다. 저자는 아베 정권을 등 뒤에서 조종하는 우파 민간조직 ‘일본회의’에 초점을 맞춰 일본 우익의 실체를 드러낸다. 이 풀뿌리 극우조직은 일본 각료의 80%를 배출하며 아베 정권을 장악하고, 아래로는 지방의회와 보수매체에까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 수상한 집단의 영향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최근 원생에게 “아베 힘내라”는 선서를 시키고 학부모들에게 혐한 편지를 보내 일본 사회를 발칵 뒤집어 놓은 오사카의 쓰카모토 유치원 역시 일본회의 회원이 이사장으로 있는 학교법인의 소유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 학교법인은 국유지를 헐값 매입해 아베 총리의 부인 아키에 여사를 명예교장으로 위촉하고, 학교명을 ‘아베 신조 기념 초등학교’로 홍보하며 모금활동을 벌인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저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일본회의는 ‘몰상식하고 새로울 것이 없는, 그러나 대단히 조직적이고 민주적인 집단’이다. 2016년 기준 회원수만 3만8000명, 전국에 47개 광역자치단체별 본부와 241개 지부를 두고 있다. 1970년대 안보투쟁 시대부터 40년 이상을 우파 시민단체로 활동해오다 이제 아베 정권과 함께 개헌을 통한 ‘일본제국헌법의 부활’이라는 숙원을 이루고자 한다.
관광버스로 집회에 참석하는 노인을 대량 동원하고, 기미가요 제창과 진보에 대한 야유로 일체감을 부여하는 이들의 거리정치 방식은 우리 사회에서도 크게 낯설지 않다. 조직의 거대함 이면의 실상은 고작 ‘한 무리의 사람들’이다. 저자는 궁극적으로는 천황제 복원을 꿈꾸는 신흥종교 ‘생장의 집’ 원리주의자의 무리가 그 배후임을 입증한다. 이들이 집회와 서명운동 등 민주적인 방식의 시민운동을 통해 몸집을 키웠고, 다양한 산하단체로 위장·분산해 실체를 숨겨오다 이제는 ‘가장 비민주적 방식’으로 정권 자체를 쥐락펴락하고 있는 것이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