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배달서비스 간다의 연극 <유도소년>은 최근 몇 년 동안 대학로에서 가장 ‘핫’한 연극 중 하나로 손꼽힌다. 전석 매진으로 화제가 된 초연에 이어 재공연도 표 구하기 어려운 공연으로 소문이 자자했고, 두 달여의 장기공연에 들어가는 올해 역시 벌써부터 예매 열기가 뜨겁다. 인기만 뜨거운 게 아니다. 실제로 공연장에 가 보면 무대와 객석의 열기 또한 실제 유도 경기장을 방불케 할 만큼 후끈 달아올라 관객의 이마에도 땀이 맺힐 정도다. 한 지방 소년의 전국체전 상경기라는 소박한 이야기로부터 어떻게 이런 뜨거움이 나오는 것일까.
아마 그 첫 번째 이유는 <유도소년>이라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이 작품이 유도를 소재로 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유도소년>은 공연계에서 보기 드문 ‘스포츠’ 연극이다. 여기가 공연장인지 훈련장인지 헷갈리는 무대 위에서 배우들은 2시간의 러닝타임 동안 쉴 새 없이 구르고 뛰어다니며 자신들의 에너지를 있는 힘껏 쏟아붓는다. 유도선수 경찬은 수많은 가상의 상대들과 매트 위를 구르고, 권투선수 민욱은 샌드백이 닳아져라 훅을 날리며, 홍일점인 화영 역시 배드민턴 라켓을 한 손에 든 채 무대 위를 날아다닌다.

공연배달서비스 간다의 연극 「유도소년」 / (주)스토리피
공연 내내 비 오듯 떨어지는 배우들의 땀방울과 거친 숨소리, 그리고 땀에 절어 너덜너덜해진 무대의상은 이들이 보여주는 훈련과 에너지가 단순히 ‘하는 척’하는 연기가 아니라 실제로 몸을 부딪혀 만들어내는 진짜 땀과 열기임을 증명한다. 하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뜨겁지 않을 수가 없다. 그렇게 땀범벅이 되어가는 주인공들을 바라보는 객석의 온도 역시 조금씩 달아올라 클라이맥스 부분에서는 무대와 객석 모두 비슷한 온도 속에 뜨거운 숨을 내쉬며 서로를 마주하게 된다.
스포츠라는 소재 말고도 <유도소년>이 유난히 후끈한 열기로 기억되는 것은 이 작품이 ‘청춘’이라는 가장 뜨거운 시절을 무대 위에 담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좋아서 시작한 유도지만 지금은 왜 하는지 목적도 즐거움도 잃은 채 갈 길을 잃고 헤매는 경찬을 비롯해 민욱, 요셉, 태구 등 이 작품에 등장하는 소년들은 모두 누구에게나 가장 뜨거웠을 그 시절, 청춘을 대표하는 인물들이다. 인생의 방향을 찾아 헤매고, 갑자기 찾아온 사랑에 수줍어하고, 때론 실패 앞에 뜨거운 눈물을 흘리는 이들의 모습은 그 자체로 순도 100퍼센트의 청춘을 그리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면서 그들처럼 뜨겁고, 그들처럼 순수했던 우리 모두의 청춘을 떠올리게 만든다.
사실 청춘이란 막상 그 시절엔 그것이 얼마나 찬란한 순간인지 잘 모른 채 흘려보내다가 시간이 지나서 다시 뒤돌아볼 때, 그때서야 그 시절이 얼마나 뜨겁고 아름다웠는지를 깨닫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청춘은 언제나 ‘돌이켜볼 때 가장 뜨거운 시절’로 기억된다. <유도소년>이 1997년 전국체전을 배경으로 하는 복고풍의 이야기인 것은 단순히 복고 유행을 따르는 것이라기보다는 이러한 청춘의 특성, 즉 뒤돌아볼 때 가장 뜨겁게 느껴지는 그때 그 시절을 온전히 담아내기 위한 설정이라고 볼 수 있다.
젊고 활기 넘치는 배우들의 몸과 열정이 만들어내는 열기와 청춘이라는 뜨거운 시절에 대한 기억, 어느 쪽이 먼저건 간에 확실히 <유도소년>은 관객의 몸도 마음도 뜨겁게 달아오르게 만드는 ‘핫’한 공연임에 틀림없다. 3월 4일부터 5월 14일까지, 대학로 수현재씨어터.
<김주연 연극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