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탐색]한국인 마음의 지형을 엿보다](https://img.khan.co.kr/newsmaker/1217/20170314_80.jpg)
대한민국 마음 보고서
하지현 지음·문학동네 펴냄·1만4000원
정보과잉 시대라는 말이 나오지만 점심 한끼를 선택하는 데에도 결정장애를 느낀다. ‘쿨함’이 관계의 미덕으로 추앙받은 지 오래지만 여전히 데이트 폭력은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밀실과 광장의, 혼밥과 소셜다이닝의, 우울증과 공황장애의 극단을 끊임없이 오가며 이긴 것도 아니고 진 것도 아니지만 그럼에도 ‘지지 않은’ 정신 승리를 추구하는 것. 이렇듯 마음을 끝없이 내모는 불안함과 불확실성 속에서 사는 것은 기w 빨리고 지치는 일이다.
신경정신과 전문의인 저자는 최근 10여년 동안 한국인의 마음의 지형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관찰해 ‘마음의 밀실’, ‘마음의 체력’ 등 6가지 테마로 분석했다. ‘1인분으로 살아가기에도 벅찬 현실’에서 혼란을 느끼는 이들을 위한 심리학적 방법론을 제시한다.
저자는 “지난 20여년 동안 신자유주의 문화가 정신과 의사의 어깨에 많은 짐을 얹었다”고 말한다. 문제를 바라보는 중심축이 사회보다 개인의 자유와 책임 쪽으로 옮겨갔고, 문제의 해결에 있어서도 개인의 역할에 초점이 맞춰졌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런 현상의 이면에 “문제의 원인을 사회에서 찾지 않고 모든 것을 개인의 문제로 환원하는 신자유주의의 책략이 숨어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홀로 버티는 것이 답이라고 여기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개인이 강해질 수 있는 정도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고 조언한다. 아울러 “이제 나 한 사람의 생존 능력을 극대화시키고 자아를 완벽하게 발달시키겠다는 욕망이 의미 없음을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했으면 한다”고 말한다.
“나 하나 살아남는다고, 더 강해져서 옆 사람을 누른다고 영속하는 행복은 오지 않는다.(…) 나의 결핍, 부족함, 모자람을 인정하면서 공감의 문을 열어야 한다. 내 결핍을 인식해야 타인의 결핍에 대해서도 역시 그 가능성을 인정할 수 있고, 이를 통해 공감과 연대의 필요성이 발생한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