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탐색]결국, 마지막엔 만나게 되는 길](https://img.khan.co.kr/newsmaker/1216/20170307_80.jpg)
경허선사의 검정소 노래
진관 지음·인간과문학사 펴냄·9000원
불교 선승의 계보에 대해 약간이라도 관심을 가진 이라면 반드시 만나는 이가 경허선사다. 19세기 중엽에 태어나 1912년에 입적한 대선사다. 숭유억불 시대의 끝자락에 태어나서 선불교를 일으킨 이다.
진관스님이 이번에 펴낸 시집은 경허선사의 일대기를 108편의 시로 재구성한 것이다. 편편이 보면, 경허선사의 자취를 밟아 경허선사의 화두를 곰삭여 돌아보는 내용이다. 나이 8살에 출가한 경허선사는 31살이 되던 1879년 출가 본사인 청계사를 찾아들다 전염병으로 몰살당한 마을을 목격한다. ‘무상’을 느끼고 다시 동학사로 돌아가 용맹정진 중 사미승으로부터 중이 공부를 제대로 안 하면 죽어서 소가 된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이때 지나던 동네 ‘이 처사’로부터 죽어서 소가 돼도 코뚜레 뚫을 콧구멍이 없는 소(牛無鼻孔處)가 되면 되는 게 아닌가 하는 말을 듣고 일순 도를 깨달았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진관스님은 이 견성대오의 순간을 이렇게 노래한다. “콧구멍 없는 소를 찾아다니는 경허선사/ 동학사 뒤뜰에서 등장한 검정소 한 마리/ 잡을 듯 손끝에 잡아끌어 보아도 소용없네/ 저만치 달려가는 소를 찾아 달린 경허/ 한참을 돌아다녀 잡을 수 없는 검정소/ 새벽에 부처님처럼 소를 찾아 외치였다”(‘경허의 소를 찾아’ 중)
왜, 하필이면, 경허스님이었을까. 선승, 하면 떠오르는 것은 산속 암자에서 독야청청 수도에 정진하는 승려들의 모습이다. 경허는 그러지 않았다. 전승돼 내려오는 그의 기행 일화에 관통하는 것은 속세 속에서 선을 실천하는 대중 모습이다. 나이 들면서 어렴풋이나마 깨닫게 되는 것은 어느 길을 걷든, 결국 끝에서는 만나게 돼 있다는 것이다. 거리에서 정법을 설파하는 것이나, 시를 통해 앞서간 선승의 삶을 찬양하는 것도 종국에는 하나의 길로 수렴되는 것은 아닐까.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