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탐색]정신분석 아이디어 색다르게 활용](https://img.khan.co.kr/newsmaker/1213/20170214_80.jpg)
프로이트의 소파에 누운 경제
토마스 세들라체크·올리버 탄처 지음 배명자 옮김·세종서적·만7000원
정신분석을 제창한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자신을 찾아오는 내담자들을 소파에 편안하게 앉힌 뒤 그들의 내면 이야기를 들었다. 이 책은 정신분석의 아이디어를 색다르게 활용한 결과다. 정신분석의 대상이 된 것은 인간의 심리가 아니라 자본주의 경제다. 저자들은 경제를 소파에 눕혀 놓은 채 그 내면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분석의 도구는 신화와 고전 등을 활용한 인문학적 사유다. 저널리스트인 올리버 탄처야 그렇다 쳐도, 경제학자로 체코 대통령의 경제고문을 지낸 바 있는 토마스 세들라체크가 경제를 인문학적 방법으로 접근하는 것은 신선하다. 실물경제가 몸이라면 경제 시스템은 마음에 해당한다는 인식이 저자들의 생각이 시작된 출발점이다.
책은 가장 첫 장의 서문부터 릴리스라는 신화의 주인공 이야기로 시작한다. 히브리 구전에서 릴리스는 이브보다 먼저 창조된 아담의 첫 번째 아내다. 아담의 억압에 저항해 에덴동산을 뛰쳐나온 그는 신의 저주를 받아 매일 아기를 출산하고 죽이는 일을 되풀이하게 된다. 파괴와 소모 없이는 생산과 성장이 정체될 수밖에 없는 현대 자본주의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상징이다.
오랜 신화 속에 자리잡은 집단적 상징체계를 동원해 저자들은 자본주의 경제의 온갖 병리적 증상들, 즉 공포증과 조울증, 충동조절장애 등을 명쾌하고 납득하기 쉽게 분석한다. 분석의 범위가 경제를 아우르는 시스템 전반이기 때문에 예언가 카산드라에 현대의 경제학자들을 빗대는가 하면, 아폴론과 마르시아스의 대결을 관료주의와 경쟁사회에 연관시킬 정도로 폭넓은 시각을 자랑한다.
다만 자본주의가 이렇게 병적 증상에 시달리고 있고, 그래서 완벽한 체제는 아니지만, 그래도 개선할 수만 있다면 성공적인 경제 시스템이라는 결론에는 설명이 더 필요해 보인다. 경제를 소멸과 생성을 반복하는 자연의 언어와 가깝게 대비시키긴 했지만 지구의 역사를 보면 대절멸과 같은 파국도 몇 차례 있었으니까.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