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는 변화 없이 불가능하다. 자신의 생각을 바꾸지 않는 사람은 어떤 변화도 할 수 없다.” 아일랜드의 유명한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가 한 말이다. 서두에서 이런 문구를 소개하는 이유는 지금이야말로 전 세계적으로 경제, 과학기술, 사회, 문화 등 인류의 모든 측면이 중대한 변화를 맞이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변화하게 될까?
매년 1월 초에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는 새로운 전자제품들을 통해 미래를 엿보는 하나의 창구 역할을 한다. 올해 CES에서 가장 화제가 된 분야로는 자율주행차를 꼽을 수 있다. CES는 그 이름처럼 가전쇼임에도 올해는 20여개에 달하는 자동화 기업 및 자동차 부품 제조사들이 참여했다. 자율주행차는 자동차라는 값비싼 실물 제품이 필연적으로 존재하는 데다, 이를 실제로 구동하기 위해서는 클라우드, 빅데이터,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등의 주요 IT 역량들이 종합적으로 필요하다. 즉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가 절묘하게 결합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탑승자가 시간을 보내기 위한 엔터테인먼트 등의 콘텐츠도 중요하다. 가히 자율주행차와 관련이 없는 IT 분야가 거의 없을 정도로 파급효과가 큰 것이다.

블룸라이프의 센서와 앱 이용 화면. / digimedia.be
CES에서 아우디는 엔비디아(NVIDIA)와 제휴해서 개발 중인 자율주행차를 선보였다. 엔비디아는 일반 사용자들에게는 그래픽 카드 제조사로 알려져 있으나, GPU를 이용한 인공지능 연산 기술을 제공하고 있으며, 여러 업체들과 제휴해 각종 인공지능 제품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구글의 알파고와 IBM의 왓슨도 엔비디아의 GPU를 이용하고 있다. SK텔레콤도 엔비디아와 자율주행차를 공통 개발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이번 CES에서는 도요타, 혼다, 현대 등 자동차 기업뿐만 아니라 바이두가 자율주행차와 애플리케이션을 연동할 수 있는 플랫폼을 선보였다. 이를 이용하면 자율주행차와 스마트폰의 콘텐츠를 공유해 이용할 수도 있다.
올해 CES의 숨은 주역은 아마존이었다. 아마존은 인공지능 서비스 알렉사를 본격적으로 플랫폼화해서 파트너 기업들에게 제공하기 시작했다. CES에서 LG전자, 레노버 등은 알렉사를 자사 제품에 연계해 음성인식 및 인공지능 서비스를 제공하는 제품을 선보였다.
사물인터넷이 인간의 삶에 밀접하게 결합되어 효능을 제공하는 사례들도 늘어가고 있다. CES 기간에 유명 IT 미디어 테크크런치가 개최한 하드웨어 배틀필드 2017에서 우승한 사이렌케어(Siren Care)가 그런 사례 중 하나다. 사이렌케어는 당뇨병 환자를 위한 센서 기반 양말을 통해 발에 생기는 문제를 실시간 감지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당뇨병 환자는 상태가 나빠질 경우 발이 붓거나 염증이 생길 수 있고, 심할 경우 절단을 해야 할 수도 있으므로 조기 발견이 아주 중요하다.
블룸라이프(Bloomlife)도 주목을 받는 제품 중 하나다. 블룸라이프는 임신부의 배에 장착하는 센서로, 이를 통해 실시간으로 자궁의 활동 상태를 체크하고 수축 여부를 수치로 파악해서 보다 안전한 임신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해준다. 환경문제 및 각종 스트레스로 인해 유산 위험에 노출된 현대의 임신부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필요한 솔루션이 아닐 수 없다.
지면의 한계상 일부 내용밖에는 소개하지 못했지만, 바로 지금 인간의 삶과 관련된 모든 분야가 새로운 기술로 촘촘하게 재발명되고 있다. 이는 생산자로서의 기업과 소비자로서의 개인, 또한 미래의 사회 구조에 대비할 책임이 있는 국가 모두에게 중요한 과제를 제시한다. 바로 지금, 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류한석 류한석기술문화연구소장(ryu@peoplewa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