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적 매력 담은 뮤지컬 <팬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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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것 많고 갈 곳도 많지만, 프랑스 파리 관광객이라면 꼭 들러야 하는 장소가 있다. 도심 한가운데 위치한 공연장 오페라 가르니에이다. 나폴레옹 3세 황제 때 171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당선된 35살의 신예 건축가 샤를 가르니에가 설계했는데, 공연이 없는 낮에도 입장권을 사면 내부를 돌아볼 수 있다.

건물 자체가 볼거리요 즐길거리라 꽤나 흥미로운 체험을 할 수 있다. 화려한 연회가 열렸다는 그랑 푸아예, 대리석이 꿈틀거리듯 유려하게 펼쳐진 대형 계단, 공연장 천장에 그려진 샤갈의 ‘꿈의 꽃다발’ 등 그야말로 하나하나가 모두 장관이다.

/ EM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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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에 올라가면 별 것 없어 보이는 문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바로 5번 박스석 입구다. <오페라의 유령>에서 정체 모를 사내 에릭이 자주 출몰했다는 그 장소다. 전기가 없던 시대에 만들어진 건축물이라 낮 시간에도 내부는 어둑어둑해 정말 당장이라도 유령을 볼 것 같은 으스스함을 느낄 수 있다. 소설을 읽었거나 뮤지컬을 본 사람이라면 절대 놓칠 수 없는 매력 넘치는 문이다.

<오페라의 유령>은 가스통 를루가 쓴 소설이다. 그는 원래 기자 출신이었는데, 당시 파리에서 일어났던 미제 사건이나 의문의 죽음, 실종사건 등을 활용해 사람들은 모르고 있지만 사실은 오페라 하우스 지하에 사는 유령 같은 사내가 저지른 일이라는 내용의 작품을 발표했다. 음악의 천재인 괴물 같은 사내가 아리따운 오페라 여가수에게 음악을 사사하고, 그녀의 노래를 먼 발치에 숨어서 즐기며 눈물을 흘린다는 내용이다.

사랑의 화신 같지만 자신의 의지를 거스리는 존재는 가차없이 죽이는 기괴한 이야기는 후대 많은 예술가들의 상상력을 자극했다. 1900년대 초·중반에는 괴기영화의 단골 소재로도 자주 활용됐는데, 요즘으로 치면 TV에서 나온 귀신이 온몸을 꺾으며 공포감을 극대화하는, 그런 내용의 원 소스였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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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로 만들어 세인의 관심을 끌었던 경우도 여러 번 있다. 가장 유명한 버전은 영국 작곡가인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작품으로, 전대미문의 흥행을 기록한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 연말부터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무대는 로이드 웨버가 아닌 모리 예스톤이 만든 작품이다. 로이드 웨버의 작품보다 5년여 뒤인 1991년 막을 올렸는데, 덕분에 로이드 웨버가 자신의 작품에서 못다했던 이야기를 들려주는 일종의 ‘외전’ 같은 성격의 작품이 됐다. <오페라의 유령>을 본 사람들이 유독 공연장을 많이 찾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내에서 막을 올린 <팬텀>은 실력파 출연진과 화려한 볼거리로 다시 치장된 한국 공연만의 매력을 여실히 담고 있다. 여러 수입 뮤지컬의 한국화에서 좋은 결과를 만들어낸 제작사의 노하우가 반갑게 느껴진다. ‘신드롬’이라 불릴 만큼 주연을 맡은 박효신의 가창력과 인기가 발군이지만, 박은태와 김소현, 김순영 등이 이뤄내는 조화도 무척 만족스럽다. 유령의 어머니인 벨라도바 역의 김주원과 황혜민이 만들어내는 발레 시퀀스는 바라만 보기에도 황홀할 정도다.

물론 화려한 오페라 가르니에를 떠올리며 작품을 감상하면 더욱 만족도가 높다. 엔딩 신에서 실루엣만 보여주는 유령의 모습이 안타까웠다면 이미 꼼짝없이 매료당했다는 방증이다. 오래 기억에 남는 흥미로운 무대다.

<원종원 순천향대 공연영상학과 교수·뮤지컬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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