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일 것이다. 첫째는 미래가 불확실하기 때문이고, 두 번째는 앞으로 벌어질 일에 대해 알 수 있으면 그것이 큰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금을 막론하고 미래를 잘 점칠 수 있는 사람들의 주가는 높았다. 성경에서 이집트에 노예로 팔려간 요셉, 바벨론에 포로로 끌려간 다니엘 같은 사람들이 왕실의 고관이 될 수 있었던 건, 그들이 꿈과 환상을 통해 제국의 흥망을 내다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현대에도 소위 구루라고 하는 사람들이 국가 지도자부터 일반 대중까지 청중으로 삼고, 자신들의 통찰을 설파한다.
하지만 현대 심리학의 발전을 통해서 우리가 알게 된 사실 중에 하나는 소위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의 판단 능력이 그렇게 뛰어나지 않다는 것이다. 특별히, 심리학자로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다니엘 카네만과 젊은 나이에 세상을 등진 그의 동료 아모스 트버스키가 수십년간 연구한 결과들이 보여주는 건 우리가 타고난 통계학자는 아니란 것이다. 우리는 정확한 위험을 판단하고, 이익을 계산하는 데 매우 취약하다. 때로 숙려가 가능하지만, 대부분은 직관적인 판단에 의해서 의사 결정을 내린다. 이건 무지한 사람들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들의 연구의 출발점은 탁월한 인재인 본인들이었고, 연구의 상당한 샘플이 통계학자 등 관련된 지식에 해박한 사람들을 포함한다.

소위 ‘IT 구루’들의 예언 전적을 기록으로 남겨 누가 진실로 미래에 대한 통찰을 제공하는 지 밝힐 수 있어야 한다. 사진은 영화 <스티브 잡스>의 한 장면.
사회심리학자 필립 테트락은 이런 연구 방향을 좀 더 깊이 들어가서 과연 소위 전문가들이 얼마나 미래를 잘 맞히는가를 정량화해서 따져봤다. 이들에게 분명히 답이 나오는 정치, 경제 등 각종 분야에 대한 미래 시나리오를 예측하라고 부탁하고, 그 예측에 성공과 실패를 따져서 그들의 실적을 분석했다. 테트락은 스포츠 경기에서는 이미 일반화되어 있는 분석 방법을 일명 전문가들에게 도입해 본 것이다. 그 결과는 어떤 면에서 충격적이다. 평균적으로 이들 전문가가 미래를 점치는 능력이 랜덤하게 결과를 추정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도 결국엔 인간이다. 우리가 아주 깊이, 신중하게 생각하면 수많은 오류에 노출될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하면, 이 문제는 그렇게 안심하고 넘어가기엔 간단하지 않다. IT는 다른 산업보다도 이런 미래를 내다보는 전문가들이 많은 분야다. 파괴적 혁신을 본질로 하는 이 산업의 특성상 미래가 더욱 불확실하고, 대박이 났을 때 그 충격이 더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지금까지 살펴봤듯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도 오류에 쉽게 빠지는 사람들이다. 나아가, 우리가 이들을 좀 더 면밀하게 감시하지 않으면, 이들은 자기가 한 말이 맞았던 경우만 적극적으로 인용하고, 틀렸을 경우는 무시할 것이다. 이들을 더 잘 쓰는 길은 그들의 말을 액면가로 믿지 않는 것이다. 소위 구루들, IT 전문가들, 이들의 예언 전적을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그리고 그 기록을 통해서 과연 누가 진정 미래를 내다보는 사람인지, 아니면 내다보는 척하는 사람인지를 분명하게 구분해야 한다. 그게 이들이 진실로 미래에 대한 통찰을 제공할 수 있다면, 그 일을 더 잘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길이다.
<김재연 UC 버클리 정치학과 박사과정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