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을 군으로부터 떼어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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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탐색]과학을 군으로부터 떼어놓다

과학을 뒤흔들다
캘리 무어 지음·김명진·김병윤 옮김 이매진·2만3000원

1960년 미국 <타임>이 뽑은 올해의 인물은 ‘과학자들’이었다. 과학의 발전은 전쟁을 승리로 이끌고, 산업을 부흥시키고, 인간의 수명을 연장했다. 동시에 과학이 군과 자본에 종속됐으며 전쟁과 환경오염의 원인이라는 비판이 과학계 내부에서도 나왔다. 책은 2차 세계대전 이후 과학자 사회의 사회운동을 도덕적 개인주의자 모델(과학의 사회적 책임협회), 자유주의적 정보 제공과 자문 모델(시민핵정보위원회), 급진적 과학 정치 모델(민중을 위한 과학)로 요약한다.

1947년 평화주의 과학자들로 결성된 과학의 사회적 책임협회는 전쟁에 기여할 수 있는 모든 연구를 포기하라고 다른 과학자들을 설득했다. 노벨상 수상자, 현장 과학자, 교사, 학생, 의사 등 폭넓은 계층이 회원으로 활동했다. 개인의 양심에 호소한다는 한계가 있었고, 회원 간 다양한 이해관계는 협회가 분열한 원인이기도 했다. 그러나 과학을 군으로부터 분리시키려는 시도를 저자는 높이 평가한다.

시민핵정보위원회는 핵실험 지역에서 정부가 시민들에게 핵 낙진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관련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한다고 생각한 과학자, 법률가, 지역주민, 의사, 활동가 등이 모여 1958년에 만들었다. 시민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대중적 참여를 이끌어내는 모델을 만들어냈다. 베트남 전쟁을 계기로 과학자들이 정보 제공을 넘어서 직접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었다. 민중을 위한 과학을 표방하는 급진적 과학자들은 학회 개혁에 나서거나 국방부의 후원을 받는 과학자들을 직접 공격했다. 과학자들의 활동폭을 넓힌 동시에 과학에 대한 또 다른 비과학적 요인의 지배라는 숙제를 남겼다.

과학자 사회운동은 민주주의 자체에도 중요한 획을 긋는다. 지식과 책임윤리를 바탕으로 한 전문가들의 사회운동과 정치적 조직화 모델을 만들어내, 좌파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사회운동의 범주를 확장시켰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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