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전사회가 박 대통령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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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탐색]의전사회가 박 대통령 만들었다

박근혜의 권력중독
강준만 지음·인물과 사상사·1만3000원

‘선거의 여왕’은 ‘꼭두각시 대통령’과 동일인물일까. 재임 기간 동안 비선실세에게 휘둘린 것으로 드러난 대통령이 어째서 민주화 이후 최고 득표로 대통령이 돼 막강한 권력을 휘두를 수 있었을까. 이 불편한 질문에 대한 답이 나왔다.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권력에 중독된 의전 대통령의 재앙’이라고 진단했다.

의전 대통령이란 형식상 의전의 직을 갖는 대통령 이상의 뜻을 담고 있다. 독자적인 의제와 비전 없이 권력행사 자체에 의미를 둔다. 저자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탁월한 의전 능력을 지녔다. 18년 동안 청와대에서의 생활과 육영수 여사 사후 5년간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대행하며 익힌 의전 감각이 바탕이 됐다.

박 대통령은 막강한 권력을 갖고 있었을 뿐 아니라 권력행사를 즐겼다. 본인의 권력이 의전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미용주사 시술 중독이나 세월호 참사 때의 올림머리 손질도 ‘의전자본’을 키우려는 박 대통령의 노력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견해다. 의전은 세리머니(의례)가 아니라 현대적 주술정치에 가깝다. 위원회를 만들고 보고서를 주고받는 것만으로 사람들은 무언가 중요한 일을 한다고 믿는다. 의전을 통해 만들어진 이미지에 신뢰를 부여한다. 박 대통령이 대통령의 자리에 오를 수 있던 까닭은 ‘선거의 여왕’이어서가 아니라 한국이 ‘의전사회’이기 때문이다. 논리와 콘텐츠에 앞서 의전으로 사회가 돌아간다. 특권층이 권력은 누리면서 책임에서 벗어나기 좋은 구조다.

박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의 비전과 콘텐츠 대신 ‘의전자본’을 키우는 데 필사적 노력을 해 왔고, 이것이 국가적 재앙을 초래했다. 권력에 중독된 대통령은 자신을 견제하고 균형을 부여할 존재들을 내쳤고, 언론과 검찰은 침묵했다. 저자는 의전사회에 길들여진 ‘비겁한 뇌’의 안전장치로서 ‘박근혜법’과 ‘기금’을 만들자고 주장한다. 시민 제보자들의 자유로운 활동을 보장해야 의전사회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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