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재처럼 뜨거운 존재를 소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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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탐색]연탄재처럼 뜨거운 존재를 소망

남자란 무엇인가
안경환 지음·홍익출판사·1만4800원

저자는 2009년 여름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을 중도 사퇴했다. 당시 그가 쓴 퇴임사의 마지막 문장 ‘정권은 짧고 인권은 영원하다’가 오랫동안 회자되었다. 그는 인권위를 떠난 이후 ‘인권계’ 외부에 거처하길 원했으나, 세인들은 인권의 눈으로 그의 말과 글을 응시했다.

저자는 인권위원장으로 취임하기 전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학장을 지냈다. 당시 법학부 전체 학생 중 여학생 비중이 20%를 넘었지만 여성 교수는 단 1명도 없었다. 여교수 채용이 정식 의제로 채택되지 못하고 여학생회마저 반대했음에도 그는 줄기차게 밀어붙였다. 그는 유리천장을 허문 공로로 여성단체가 주는 ‘여성권익 디딤돌상’을 받았다.

<남자란 무엇인가>는 남자의 생물학적 본성에서 출발해 결혼, 사회, 눈물을 거치며 남자의 일생을 주유한다. 애인에게 이별을 통보할 때 소설가와 시인이 어떻게 다른지를 들려주는 낚시용 밑밥을 물고 책장을 넘기다 보면, 저자가 동서양의 ‘남성학 개론’을 망라해 한국 현실에 투영한 담론에 공감하게 될 것이다. 남자로 태어나 남자다움이 무엇인지 고민해본 사람이라면, “혼자서 잘살 수 있어야, 연애도 잘할 수 있다”는 저자의 충고가 무엇보다 반가울 듯하다.

저자는 분명 고희를 목전에 두고 이미지 변신을 시도했다. 그러나 호박에 줄을 긋는다고 수박이 되는 게 아닌 것처럼, 저자는 걸쭉한 연애담을 펼치면서도 우리 사회의 기울어진 운동장에 대한 쓴소리를 명토 박아 둔다. 알 만한 사람은 아는 이야기지만 그는 인권위원장을 그만둔 뒤에도 성소수자 차별 금지가 포함된 서울시 인권조례 제정에 관여하다 곤욕을 치렀고, 보수주의자임에도 보수세력의 반대를 감수하며 모병제 도입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저자는 남자든 여자든 누구나 연탄재처럼 뜨거운 존재이기를 소망한다. 그의 눈에 비친 오늘의 현실이 사람의 온기를 간절히 그리워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육성철 국가인권위원회 조사총괄과 조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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