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가는 로봇시대, 우리 현실은 걸음마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국내의 상황과는 달리 미국·일본·중국·유럽 등에서는 가정용·서비스용 로봇의 출시가 늘어나면서 이에 대한 시장의 관심도 계속 커지고 있다. 최근 주목 받고 있는 로봇 기업 중 하나는 중국 선전에 있는 유비텍(UBTECH)이다. 유비텍은 인간형 로봇 알파(Alpha)와 교육용 로봇 키트 지무로봇(Jimu Robot)을 출시한 스타트업이다. 유비텍 로봇의 특징은 단지 정해진 동작만 수행하는 게 아니라, 프로그래밍을 통해 직접 동작을 만들 수 있고 이를 다른 사람과도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이다. 유비텍은 기술 및 시장성을 인정받아 현재까지 총 1억2000만 달러의 투자를 받았다.

몰리(Moley)는 가장 주목 받고 있는 로봇 셰프 중 하나다. 몰리는 영국의 마스터셰프 우승자인 팀 앤더슨(Tim Anderson)의 동작을 기반으로, 요리 기술을 학습한 후 이를 재현해서 요리를 한다. 즉 이는 일류 요리사가 만든 요리를 집에서도 언제나 맛볼 수 있다는 의미다. 몰리는 2017년 하반기에 출시될 예정이며, 현재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시더스(Seedrs)에서 지분 투자를 받고 있다.

가정용 헬스 로봇, 필로 / 필로헬스

가정용 헬스 로봇, 필로 / 필로헬스

일본 소프트뱅크의 인간형 로봇(Pepper)은 일본에서 활용 범위가 계속 확장되고 있다. 미지호 은행은 페퍼를 지점에 설치해 고객 안내 및 상담 등에 활용하고 있는데, 올해 말까지 설치 지점을 100여개로 확대할 예정이다. 페퍼는 감성인식 엔진를 탑재해 인간의 커뮤니케이션에 최적화된 로봇인데, 여기에다 인공지능 플랫폼인 IBM의 왓슨(Watson)을 연동함으로써 대화 가능 범위를 크게 확대했다.

페치로보틱스(Fetch Robotics)는 미국 실리콘밸리 기반의 기업으로 물류센터용 로봇을 만들고 있다. 페치로보틱스가 만든 페치는 물류센터에서 물품을 픽업하는 로봇이고, 프레이트(Freight)는 페치가 픽업한 물품을 운반하는 로봇이다. 고객이 쇼핑몰에서 물건을 주문하면, 페치가 자동으로 물건이 있는 선반으로 이동해 물건을 픽업하고 이를 프레이트가 운반한다. 그리고 이를 포장용 로봇이 포장하면 인간 노동자의 작업이 전혀 없어도 고객에게 배송할 택배상자가 준비될 수 있다.

뉴욕의 스타트업 필로헬스(Pillo Health)는 가족 구성원들의 건강을 관리해주는 헬스 로봇 필로를 출시할 예정이다. 필로는 가족 구성원들을 자동으로 인식하고, 건강 관련 질문에 답하고, 전문가를 연결해주고, 정해진 시간에 약물 또는 비타민을 먹을 수 있도록 공급하고 확인하는 식으로 투약 관리를 해준다.

이들 사례는 일부에 불과하여 이 외에도 수많은 로봇들이 출시를 앞두고 있다. 물론 이러한 로봇 기업 모두가 시장에서 성공하는 건 아닐 것이다. 일부 기업은 아예 제품 출시를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사항은 ‘양이 질을 만든다’는 점이다. 해외에서는 로봇 제품 및 서비스를 만드는 스타트업들이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으며, 그들 기업이 치열하게 경쟁한 결과로 많은 기업들이 실패를 하겠지만, 어떤 기업들은 크게 성공해 현재의 애플·구글과 같은 지위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로봇 시대는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엄청난 가정용·서비스용 로봇 시장이 열리는 걸 의미하는 동시에, 로봇이 인간의 자리를 상당 부분 대체하는 걸 의미한다. 이를 위해 기술 및 비즈니스적인 대응뿐만 아니라 새로운 사회구조 및 노동환경에도 대비해야 한다. 하지만 한국은 로봇 스타트업도 극소수에 불과하거니와 시장과 사회의 관심 자체가 미미하다. 우리는 현재 로봇 시대에 대응하기는커녕 샤머니즘과 싸우고 있다. 우리는 기필코 샤머니즘에 승리해 새로운 시대를 맞이해야 할 것이다.

<류한석 류한석기술문화연구소 소장(ryu@peopleware.kr)>

IT 칼럼바로가기

이미지
탄핵 이후 준비해야 할 것들
오늘을 생각한다
탄핵 이후 준비해야 할 것들
밤새 뒤척인다. 겨우내 마음 편히 잠을 자지 못해 머리에 스모그가 낀 듯 무겁다. 창밖을 보니 눈이 내린다. 이상기온이 일상이 돼간다. 기후변화의 징후인 3월 중순 눈 쌓인 풍경은 더 이상 아름답지 않고 불길하다. 자연 시스템의 불안정성만큼이나 정치와 사법 시스템 또한 아슬아슬하다.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둘러싼 사회적 긴장은 한국 민주주의가 직면한 불안정성을 드러낸다. 일만 년간 이어온 기후 안정성과 40여 년이 채 안 된 한국의 민주주의는 기간으로는 비할 데 아니지만, 우리 삶에 당연히 주어지는 조건으로 여겨졌던 점은 흡사하다. 이번 겨울 기후환경이든 정치체제든,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온 것들이 얼마나 쉽게 흔들릴 수 있는지 여실히 드러났다. 기후위기와 정치위기라는 무관해 보이는 두 위기는 사실 그 원인 면에서도 맞닿아 있는데, 효율과 성과가 최우선시되는 과정에서 다른 중요한 가치는 간과했다는 점이다. 한국사회는 산업화하는 과정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법을 배웠지만, 화석 연료 중심의 에너지 구조를 전환하는 데 게을렀고, 정치적 다양성과 세대 간의 이해를 구현하지 못했다. 우리는 경쟁을 통해 눈부신 발전을 이루었지만, 이제는 그러한 방식의 성장이 우리 사회를 갉아먹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