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을 쓰고 있는 지금은 11월 7일, 이곳 시간으로 미국은 대통령 선거를 하루 앞두고 있다. 한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지만, 미국에서는 대통령 선거를 할 때 다른 선거도 같이 한다. 필자가 살고 있는 캘리포니아주 같은 경우는 이번에 대통령뿐 아니라 미국 의회 상원의원, 주 의회 상원의원도 같이 뽑고 있다. 거기에 직접 선거가 발달한 캘리포니아주 특유의 정치 제도 탓에 각종 주민투표 법안도 같이 투표 대상이다.
도널드 트럼프가 워낙 많은 문젯거리, 기삿거리를 만들다 보니 화제가 안 되고 있지만, 사실 이렇게 넓게 봤을 때 이번 선거에서는 흥미로운 많이 벌어지고 있다. 그 중에 하나는 미국에서 하와이를 제외하고 아시안 인구가 유일하게 다수인 선거구인 제17 선거구역의 상원의원 선거전이다. 캘리포니아 정치를 잘 모르는 사람들에겐 이곳은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이 선거구역의 중요성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곳이 소위 실리콘밸리이기 때문이다. 이 선거구역에 있는 도시 중에 프레몬트에는 테슬라 공장이 있고, 산타클라라는 인텔 본사가 있는 실리콘밸리의 실리콘이며, 쿠퍼티노에는 애플 본사가 있다. 달리 말하면, 제17선거구역을 대표하는 미국 상원의원은 미국 본토에서 비율로 따졌을 때 가장 많은 아시아 인구를 대표할 뿐 아니라, 실리콘밸리의 상당수 기업들을 대변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17선거구역 민주당 상원의원 후보자 로 카나가 유세를 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현재 이곳의 터줏대감은 일본계 미국인 3세인 마이크 혼다 의원이다. 본래 교육자 출신으로, 1981년에 새너제이에서 교육감에 선출된 이래 꾸준히 정치인으로 활동해온 혼다는 인맥과 경험이 장점이지만, 나이가 들면서 예전만 못하고 시대 흐름을 잘 따라가지 못하다는 인식을 받고 있다. 그는 올해 한국 나이로 76세다. 반면에 혼다와 박빙의 경쟁을 벌이고 있는 로 카나 같은 경우는 1976년생으로 올해 41세밖에 되지 않는다. 카나는 시카고대 학부, 예일대 로스쿨을 졸업했다. 졸업 후에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 상무부에서 잠시 일을 했고, 그 후에는 실리콘밸리의 대형 로펌인 윌슨 손시니 긋리치 앤 로사티에 몸을 담았다. 카나는 직접적으로 테크계에 몸을 담은 적은 없지만, 젊은 이미지와 실리콘밸리 인맥 덕분에 친테크 후보로 평을 받는다.
하지만 더 흥미로운 건 카나와 테크 기업들의 후원 관계다. 2016년 11월 2일 미국의 <슬레이트>가 보도한 기사에 따르면 카나는 저명한 창업자이자 투자가인 마크 앤더슨, 야후의 마리사 메이어, 세일즈포스의 마크 베니오프, 페이스북의 셰릴 샌드버그 등의 후원을 받고 있다. 그렇지만, 카나는 이들이 자신을 밀고 있다는 사실을 자신의 홈페이지에서 후원자 리스트 거의 끝에 가서야 알리고 있다. 그가 더 밀고 있는 정책은 테크 중심의 교육 정책이다. 카나가 왜 이런 전략을 펴는지 정확한 이유를 아는 건 힘들지만, 한 가지 추정할 수 있는 건 현재 미국 최고의 물가와 살인적인 월세, 집값으로 악명을 떨치고 있는 베이 에어리어에서 유권자들에게 친혁신은 모르겠지만, 친테크기업은 결코 호의적으로만 비춰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버, 트위터, 에어비앤비 등의 본사가 있는 샌프란시스코에서도 테크 기업에 대한 더 강력한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개혁 성향의 한국계 미국인 제인 킴 후보도 비슷한 맥락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 추정이 완전히 잘못된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김재연 UC 버클리 정치학과 박사과정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