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의 과학 블랙박스를 열다
오철우 지음·동아시아·2만5000원
2010년 3월 26일 서해 북방한계선 부근 해상에서 해군의 초계함 천안함이 침몰해 해군 장병 40명이 사망하고 6명이 실종한 참사가 발생했다. 이를 조사하기 위한 다국적 민·군 합동조사단이 구성됐다. 5월 20일 합조단은 ‘1번 어뢰’를 비롯해 여러 증거를 제시하며 ‘북한 어뢰의 공격에 의한 침몰’이라는 결론을 발표했다.
그러나 합조단의 발표는 시민사회의 신뢰를 받지 못했으며, 오히려 검증과정을 둘러싼 논란을 불러왔다. 신문사 과학전문기자인 저자는 왜 대규모의 전문가 인력과 장비를 동원해 ‘과학적 조사’ 활동을 거쳐 제시된 합조단의 결과물이 폭넓은 신뢰를 받지 못했는지를 물으면서 출발한다. 천안함 사건의 진실이 무엇인지를 다루기보다는 합조단의 조사과정에서 ‘증거’가 ‘과학적 사실’의 지위를 얻어가는 과정, 그 과정에서 어떻게 증거에 대한 논쟁이 불거졌는지를 살핀다. 일종의 ‘블랙박스’처럼 합조단 조사 결과의 이면에 있는 조사활동의 과정을 되짚었다.
책은 천안함 사건을 둘러싼 각종 논쟁을 되짚으며 다양한 질문을 던진다. 천안함 과학논쟁에서 왜 과학은 논쟁적 상황을 해소하는 데 충분한 역할을 하지 못했는지, 분단체제 한국에서 일어난 군함 침몰사건은 과학 논쟁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사회적 맥락에서 일어나는 과학·기술 논쟁과 민주주의의 관계는 우리에게 어떤 시사점을 주는지 등에 대해 묻는다.
천안함 사건에 대한 합조단의 공식발표가 있은 지 6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천안함 사건을 ‘북한의 소행이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아직 사회적인 합의는 도출되지 못한 듯하다. 책은 이 질문에 성급히 답을 내리기보다는 2010년 3~5월에 벌어졌던 천안함을 둘러싼 ‘과학논쟁’들을 되짚으며 천안함 사건이 이데올로기의 격랑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이 진실인가’를 묻기에 앞서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은 어떠해야 하는가’를 먼저 물어야 한다고 말한다.
<박송이 기자 psyr@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