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독립청춘
배지영 지음·북노마드·1만6800원
지은이 배지영은 글쓰기를 좋아했다. <오마이뉴스>초창기인 2001년 11월부터 그는 ‘시민기자’의 자격으로 10년 넘게 꾸준히 기사를 썼다. 여행기, 영화평, 서평, 일상 이야기 등 분야도 다양했다. 쉼없이 이어지던 지은이의 기사가 갑자기 끊겼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가 터지고 나서부터다. 참사 이후 한 글자도 쓰지 못하던 지은이에게 알고 지내던 언니가 찾아왔다. 군산여고 2학년 담임선생님이 너무 예쁘고, 학생들도 다 예쁘다며 지은이에게 심은정 교사의 전화번호를 건넸다. 지은이는 ‘예쁜 선생님’, ‘예쁜 학생들’이라는 말에 이끌리듯 심 교사와 만났다. 2014년 스승의날에 오랜만에 배씨의 기사가 올라왔다. 심 교사의 인생 이야기를 다룬 ‘지각했다고 뺨 맞은 학생, 지금 이렇게 됐다’는 20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이후 지은이는 군산에서 삶을 살아가는 청년을 다룬 릴레이 인터뷰 기사를 썼다.
2년간 쌓인 43명의 이야기가 책으로 묶여 나왔다. 27만8000명. 2016년 10월 기준 군산시의 인구다. 서울시 1개 구의 평균 인구 수보다도 적다. 수도권 사람의 시선에서 군산은 ‘시골’의 일부다. 군산에 사는 청춘들은 서울의 청춘들과 ‘뭔가 다른’ 삶을 살고 있을까. 지은이는 그저 “우리 충분히 잘 살고 있습니다”라고 할 뿐이다. 그가 만난 이들은 교사, 교수, 요리사, 헤어디자이너, 사진사 등 보통 사람들이다. 그들 역시 ‘헬조선’의 일원이었다. 한 요리사는 ‘내 가게를 하고 싶어서’ 친구에게 1000만원을 빌려 푸드트럭을 시작했다가 3일 만에 시원하게 망했다. 파스타집을 열어 한때 잘나갔지만, 건물주의 월세 인상 요구에 다시 문을 닫아야만 했다.
서문에 지은이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적혀 있다. “좋은 대학 못 가도, 좋은 직장 못 들어가도, 돈 많이 못 벌어도 인생 실패 아니라고 쓰는 거예요. 우리 큰애처럼 공부 말고 다른 걸 하려는 고등학생이나 20~30대 젊은이들에게 ‘어떻게 살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싶어서 쓰는 글이에요.”
<백철 기자 pudmaker@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