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가 열광하는 서비스의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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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페머럴(ephemeral)이란 단어가 있다. 순식간에 끝나버리는 단명하는 것들을 지칭하는 단어로, 하루살이를 지칭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 단어가 이페머럴 소셜미디어, 이페머럴 마케팅 등 요즘 IT 업계에서는 적잖이 들리기 시작했다.

그 시발점은 역시 스냅챗(Snapchat). 미국 밀레니얼 세대의 전폭적 지지를 받은 일종의 채팅앱으로, 보낸 영상 메시지는 10초 만에 펑 터지면서 사라져버리고 서버에도 남지 않는다. 소멸해 버린 콘텐츠는 누구도 볼 수 없으니, 뒤끝이 깔끔하다.

원래 SNS는 일상을 기록하고 공유하는 보존의 장소였다. 하지만 젊은이들은 자신의 청춘이 어른들에 의해 보존되고 관찰되는 것이 싫었던 것인지, 이 상식을 뒤엎은 SNS는 대박이 나버렸다. 이미 1억5000만명 이상이 매일 쓰고 있다고 하며, 일일활동유저수(DAU) 기준으로 트위터를 뛰어넘어버린 것이 지난 6월이다. 그 인기만은 이페머럴하지 않았던 것이다.

페이스북의 인수 관심으로 주목을 받은 네이버의 셀카앱 스노우. / 네이버

페이스북의 인수 관심으로 주목을 받은 네이버의 셀카앱 스노우. / 네이버

페이스북처럼 ‘좋아요’가 붙지 않는다고 낙심할 일도 없고, 카카오톡처럼 ‘1’자가 사라졌는데 답변이 없어 기분 나빠할 이유도 없다. 편하게 전송하고 본인도 일일이 반응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되니, 아니 그런 기능이 아예 없으니 신경 쓸 수가 없어 좋다. 이 개운함이 10대들을 끌어들인 모던한 감성이었다.

스냅챗은 게다가 그 소통을 문자정보가 아닌 속칭 움짤(움직이는 짧은 영상) 등으로 갈음한다. 그리고 셀카에 각종 효과를 넣어서 유쾌하게 만든다.

바로 이 특징만을 콕 집어 베껴 동양적 감성으로 재창조한 앱이 최근 아시아를 강타했다. 밴드를 만들고 있는 네이버의 자회사가 만든 ‘스노우’다. 너무 잘 돼서 지난 7월 분리 독립해 버렸다. 최근에는 스냅챗을 갖고 싶었던 페이스북이 인수 관심을 보인 것으로 유명해졌다. 이미 8000만 다운로드를 넘은 대히트다.

아무래도 동양인에게 서양의 감성은 낯설다. 스냅챗이 선보인 동영상 효과가 가끔 인종차별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이유도 그 한계를 드러낸다. 그 문화적 격차가 기회였다.

스노우로 10대들은 자신의 얼굴을 강아지와 같은 귀여운 동물로 변신시킨다. 눈동자도 커다랗게 만들고 애굣살도 도톰하니 넣어준다. 여기에 펜으로 낙서하거나, 또 여러 명이 함께 무리 지어 변신한다. 정말 10대들은 그렇게 노는 걸 좋아할 것만 같다. 첫인상은 얼핏 셀카앱으로 보이지만, 사진이라는 결과물보다 소통이라는 과정을 즐길 수 있도록 한 SNS앱이었다. 스냅챗 중에서 가장 탐나는 부가 기능부터 차근차근 되짚어가는 듯했다.

한·중·일 여중·고생의 마음을 사로잡고, 동남아시아로 쾌속 진격 중인 이유는 또 있었다. 그들은 셀카를 찍어 올리고 싶지만, 아무래도 이쁜 척 한 것 같아 ‘재수 없어’ 보일까 봐 걱정이다. 하지만 이걸로 꾸며서 올리면 ‘재밌으니까 올린 거야’라고 느끼게 할 수 있을 것만 같다.

소셜미디어는 그 자체로 이미 피곤하다. 남들에게 어떻게 보일지, 남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미리 생각해야 한다. 기성세대보다 한 발 먼저 디지털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디지털 네이티브들은 그 피로감을 본능적으로 먼저 깨달았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에 벌써 처방전을 마련한 업체들 또한 대단하다.

<김국현 IT칼럼니스트·에디토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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