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는 10월 13일부터 16일까지 나흘간 중국 항저우에서 ‘컴퓨팅 콘퍼런스 항저우 2016’이라는 대규모 클라우드 컴퓨팅 행사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마윈(馬雲) 알리바바 창업자는 “전자상거래라는 말은 사라질 것”이라고 말하고 “유통과 제조, 금융, 기술, 자원 분야가 이전과는 전혀 다른 형태로 전 세계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에서는 이런 마윈 회장의 발언이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정작 나흘간 이뤄진 행사는 철저한 기술 행사였다. 아마존과 경쟁하는 알리바바는 클라우드 분야에서도 경쟁하고 있다. 아마존은 또 스마트 홈 분야는 물론 인공지능(AI), 콘텐츠 유통 등 아마존웹서비스(AWS)라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기반으로 생활 밀착형 서비스를 속속 내놓으며 새로운 역사를 써가고 있다. 알리바바의 행보도 동일하다. 이번 행사는 자신들의 클라우드 기술은 물론 인공지능, 빅데이터를 비롯해 알리바바가 개발하고 있는 운영체제(OS) 생태계에 대해서도 자신있게 선보이는 자리였다.

알리바바 창업자인 마윈이 10월 11일 태국 방콕 외무부에서 ‘앙트러프러너십과 포괄적 세계화’를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 AFP연합뉴스
알리바바가 무슨 OS를 만드느냐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 회사는 꾸준히 만들어 왔다. ‘YunOS’가 그것이다. 이번 콘퍼런스에서 알리바바는 이 OS를 탑재한 자동차, 의료기기, 스마트폰과 태블릿, 드론, 심지어 산업용 로봇 등을 선보이면서 생태계를 과시했다. 심지어 이 회사는 알리바바 클라우드를 위해 인텔에 만년 뒤지고 있는 AMD와 파트너십도 체결했다. 그 덕에 AMD의 주가가 뛰었다.
이 행사에 참여한 알리바바코리아의 한 관계자는 “행사장에 참여하면서 우버와 중국의 우버라 불리는 디디를 매일 사용했다. 택시기사에게 주소를 보여주고 그걸 기사가 음성으로 읽으면 인공지능 음성인식 시스템이 듣고 내비게이션이 바로 실행됐다. 이미 중국 항저우 지역은 AI가 일상 속으로 들어온 걸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빅데이터나 인공지능, 클라우드 등의 분야에서 중국 서비스 회사들은 이미 한국 기업들을 앞서 있다”며 놀라워했다.
이번에는 시선을 태평양 건너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 쪽으로 돌려보자. 현지시간 10월 25일 일본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은 전 세계 기자간담회를 마련하고 자신의 포부를 다시 한 번 세상에 전했다. 키노트에서 손정의 회장은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IoT)에 대해서 강조했다. 반도체 설계회사인 영국 ARM을 인수·합병한 건 ‘패러다임’을 산 것이지 단순한 회사를 산 게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 ARM 개발자 행사인 ‘테크콘’에 참석하고 있다. ARM은 이 자리에서 사물인터넷에 대한 새로운 수준의 보안 및 효율성, 저전력 연결성, 제품 수명주기 관리 기능을 제공하는 포괄적인 제품군을 발표했다. 손정의 회장은 ARM을 인수하면서 자신이 약속했던 60대의 은퇴를 번복했다. 새로운 시대를 열겠다는 열정이 샘솟고 있다면서.
두 인물의 최근 발언과 행사에 대해서 전했다. 그래서 어쩌라고? 저 두 인물의 인연은 너무 많이 언급되어 더 이상 다루지 않아도 된다. 새로운 5가지 분야를 들고 세상이 바뀐다고 일갈하는 마윈 회장과 손정의 회장은 아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알리바바의 새로운 운영체제 생태계는 ARM 생태계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중국 항저우에는 전 세계 테크 기기 생산 1위 업체인 폭스콘이 대규모 공장을 짓고 있다. 알리바바와 소프트뱅크, ARM과 폭스콘의 긴밀한 협력이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 두 아시아의 상상가들이 자국의 엔지니어는 물론 전 세계 엔지니어들이 참여하는 콘퍼런스에 대해서 이상과 꿈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 꿈에 우리나라의 기업과 엔지니어들은 동참할 수 있을까. 부러우면 지는 건데 정말 부럽다.
<도안구 테크수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