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이 기본으로 하는 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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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탐색]현대인이 기본으로 하는 일들

그림자 노동의 역습
크레이그 램버트 지음·이현주 옮김 민음사·1만6000원

기술이 발달하고 생활이 편리해졌다지만, 바쁜 생활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다.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생활은 점점 더 분주해져 간다. 저널리스트인 지은이는 현대인이 바쁜 이유로 점점 늘어나고 있는 ‘그림자 노동’을 지목한다. 오스트리아 사회사상가 이반 일리치가 주창한 ‘그림자 노동’ 개념에 착안했다. 보수는 없지만 현대인들이 기본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일들이 ‘그림자 노동’이다.

기술이 발달하면서 노동의 양은 줄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오히려 늘었다. 정보 혁명과 자동화의 틈새에서 많은 일이 교묘하게 개인과 소비자에게로 넘어갔기 때문이다. 일례로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사람들은 직접 비행기 티켓과 숙소를 검색하고 비교하고 예약한다. 과거에는 여행사 직원이 해주었던 일이다.

기업 웹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FAQ(자주 묻는 질문들) 목록도 마찬가지다. 소비자는 직원에게 답을 구하지 않는다. 웹사이트를 검색해 자신의 질문에 대한 답을 스스로 찾아낸다. 디지털 기술이 발달하면서 데이터를 관리하는 일도 소비자의 몫이 됐다. 파일, 북마크, 다운로드 받은 음악, 사진 앨범, 이메일 메시지, 에플리케이션과 온갖 종류의 저장된 데이터는 그것들을 관리하고 지키고 업데이트하고 백업까지 하라고 요구한다. 이 또한 소비자의 ‘그림자 노동’이다.

지은이는 무엇보다 그림자 노동이 무엇이고, 왜 생겼으며, 사람들의 삶과 세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림자 노동’은 현대인의 무의식에 가라앉아 있기 때문에 현대인들은 생각보다 더 자주 ‘그림자 노동’을 수행하면서 왜 바쁜지도 모른 채 휩쓸려가기 쉽다. 그러나 ‘그림자 노동’을 인식했을 때, 그것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끄는 현명한 생활이 가능해진다고 말한다. “그림자 노동이 우리 삶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 이해한다면 일상을 다른 방식으로 구축할 수 있다. 우리의 무의식에 가라앉아 있는 그림자 노동을 수면 위로 꺼냄으로써 우리가 가진 소중한 시간을 현명하게 사용하도록 도와야 한다.”

<박송이 기자 p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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