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근은 우리 삶의 긍정적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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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탐색]통근은 우리 삶의 긍정적 부분

출퇴근의 역사
이언 게이틀리 지음·박중서 옮김 책세상·1만9800원

직장인의 하루를 전쟁에 비유한다면 첫 전장은 버스나 지하철이다. 이른 아침 지하철에서 잠을 청하고 화장을 하는 직장인들은 ‘출근시간 사수’라는 첫 번째 전투를 잘 치르기 위해 애쓰는 전략가들일 것이다. ‘대체 먹고사는 것이 뭔지’라는 푸념으로 가득 차 있을 전략가들과 그들이 바꾼 세상을 다룬 책이 나왔다.

출퇴근은 1830년대 영국에서부터 시작됐다. 이 시기 출퇴근이라는 목숨을 건 모험이었다. 대다수 통근자들은 열차사고에 대한 두려움이 컸고, 객실에서 음식을 먹으며 불안을 해소했으며, 역에서 파는 샌드위치가 맛없다고 투덜거렸다. 사람들은 ‘정확한 시간’이라는 관념을 갖게 됐고, 점심을 사 먹는 문화가 생겨났다. 도시구조와 생활패턴만 바꾼 게 아니다. 20세기 초 스위스 베른의 특허국 사무원으로 출퇴근하던 한 물리학도는 지루한 통근시간 ‘전차가 시계보다 더 빨리 움직이면 어떻게 될까?’란 상상을 했다. ‘상대성 이론’의 아인슈타인이다. 마찬가지로 통근시간이 지루하기 짝이 없었던 100년 후 직장인들은 ‘문자메시지’를 열광적으로 이용해 이모티콘과 웹소설을 발달시켰다.

출퇴근은 분노를 유발한다. 그것이 아무리 기술의 진보와 이동의 자유가 만든 결과물이며 세계를 개조할 자유를 줄지언정 사람들과 부대끼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영국의 열차 통근자 1인당 부여받은 공간은 가축의 인도적 운송을 위해 법률이 정한 최소한도보다 좁다. 일본 지하철은 아침마다 ‘밀어넣기’를 한다. 저자는 ‘노상분노’라는 이름으로 출퇴근길 스트레스를 유심히 조명한다.

출퇴근의 미래는 어떨까. IT의 발달로 통근이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았다. 정수기 앞에서 수다 떤 동료는 해고하기 어렵다는 사실이 현대 IT기업에서 관찰된다. 만나서 일하는 게 더 효율적이다. 돌아다니고 싶어하는 수렵 본능과 부대끼고 싶어하는 동물적 욕망, 직장과 가정이 분리돼야 가능한 ‘이중생활’이 주는 안도감이 출퇴근 발길을 재촉한다. 저자가 “통근은 우리 삶의 긍정적 부분”이라고 말하는 이유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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