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적이고 살기 좋은 공동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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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탐색]인간적이고 살기 좋은 공동체들

이 도시에 살고 싶다
경향신문 기획취재팀 지음·시대의창·1만8000원

기자들이 석 달에 걸쳐 오로빌, 포르투알레그리, 빌바오, 포플라, 하우턴, 톨비악, 함부르크, 볼로냐, 트렌토, 포르탈렌자 등 세계 각국의 도시들을 취재한 기록이다. ‘어떻게 하면 도시에서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황폐한 도시를 재구성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찾았다.

인도 남동부 타밀나두주의 오로빌은 49개국에서 온 주민 2300여명이 살아가는 마을이다. ‘모든 인류가 함께 사는 공동체’를 슬로건으로 내건 이 도시에서 주민들은 국적과 인종·민족·종교·성별에 관계없이 존중하며 살아가는 방식을 배운다. 오로빌은 유네스코의 지원과 국제적인 관심 속에 1968년 세워진 ‘계획도시’로, 오로빌이 목표로 삼은 것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세계의 도시’였다. 설립 이후 50년이 다 돼가도록 오로빌은 ‘세계의 도시’의 가치를 이어가고 있다.

주민들이 자율적으로 만들어가는 다양한 ‘문화 공존’의 실험들은 오로빌의 원동력이다. ‘리트리트’는 주민 50여명이 운영하는 자치기구다. 오로빌이 나아갈 방향을 주민대표 50여명이 함께 논의한다. 물론 실무를 담당하는 별도의 행정기구는 있지만, 행정실무만 담당할 뿐이다. 논의하고 싶은 현안이 있으면 주민 누구나 자체적으로 발제를 한다. 한 주민이 집과 관공서, 숙박업소 등에 매주 배달되는 소식지 롤 통해 회의를 제안하면, 참여하고 싶은 주민들이 동참한다. 소식지를 보고 스스로 회의장을 찾은 주민들이 회의를 하고 회의 결과는 다시 소식지에 공개된다. 이런 자치를 통해 오로빌은 50년 가까운 시간 동안 공동체를 유지해 왔다.

마지막 장에서 책은 서울의 현실을 짚는다. 인구 1000만의 메가시티 서울은 급속한 성장 이면에 세계 최악의 도시 3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그러나 이런 서울에도 작은 변화들이 있다. 동네와 마을을 살리기 위한 문래동, 연남동에서 일어나는 작지만 의미 있는 공동체 실험들이다. 책은 인간적이고 살기 좋은 도시의 재구성은 그러한 작은 도전에서부터 시작한다고 말한다.

<박송이 기자 p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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