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괴물 신견식의 콩글리시 찬가
신견식 지음·뿌리와 이파리·1만5000원
핸드폰, 사라다, 빼박캔트…. ‘콩글리시’로 불리는 말들이다. 문자(한글)와 언어(한국어)의 혼동에서 온 소동이지만 해마다 한글날이 되면 국적 불명 외래어를 지양하자는 움직임이 나타난다. 그 중에서도 콩글리시는 “천덕꾸러기 신세를 못 면한다.” 순수한 한국어를 망치는 주범이자, 원어민처럼 세련되게 영어를 사용할 수 없다는 열등감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는 이 두 가지 감정 모두 느낄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입에 착착 붙는 콩글리시들은 이유가 있다. ‘핸드폰’이라는 표현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에서도 쓴다. 중국과 몽골은 ‘손전화’라는 의미의 고유어를 쓴다. 보편적으로 사물의 속성을 잘 나타내는 괜찮은 말이기 때문이다. 영어 표현에 대응되지 않는다고 콩글리시로 오해받는 단어도 있다. ‘알레르기’는 독일어, ‘핸드볼’은 북유럽, ‘초콜릿 복근’은 프랑스, ‘모르모트’는 네덜란드에서 왔다고 한다. 사라다는 일본식 영어로 알려져 있지만 기원을 따지면 포르투갈과 프랑스어가 기원이라 할 수 있을 만한 복잡한 말이다.
언어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섞이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다. 한국어와 영어의 충돌과 융합도 이 때문에 피할 수 없는 일이다. 오히려 이 현상을 흥미롭게 바라볼 방법을 제시한다. <해리포터>의 주인공 Hermione는 어떻게 한글로 ‘헤르미온느’로 표기되는지, 왜 ‘카톨릭’도 ‘캐설릭’도 아닌 ‘가톨릭’인지. 중세 프랑스어 등 15개 언어를 구사하는 번역가인 저자는 친숙한 예시에서 풍부한 지식과 재미있는 이야깃거리를 담아낸다.
콩글리시에 대한 거부감은 영어 제일주의와 일본어에 대한 거부감의 영향으로, 우리가 애먼 단어에까지 콩글리시의 혐의를 씌우며 언어생활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콩글리시는 무식의 산물이 아니라 풍부한 문명에 뿌리를 댄 말이라는 사실 역시도 이해된다. 경제용어 파이나 아이템, 페미니스트의 용법 등 올바르게 사용하는 방법에 대한 고민에까지 자연스럽게 이르게 된다. 읽고 나면 언어생활이 좀 더 행복해지리라.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