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에서 읽는 세계사
구정은·장은교·남지원 지음, 인물과 사상사, 1만5000원
적외선의 존재를 예측한 18세기 프랑스의 여성 물리학자 에밀리 뒤 샤를레는 때때로 남장을 했다. 커피하우스에 가기 위해서다. 1475년 오스만 제국의 수도 콘스탄티노플에서 세계 최초의 커피하우스가 문을 열었다. 유럽에 커피하우스가 상륙한 것은 17세기 무렵이다. 커피는 사람을 모았고, 사람이 모이면 이야기가 시작됐으며, 여러 사람의 이야기는 새로운 문화로 나타나곤 했다. 그렇게 남성 지식인들이 커피하우스에서 계몽주의 사상을 발전시키던 18세기 유럽에서 여성은 커피하우스 출입이 금지됐다. 오늘날 남녀노소 모두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즐긴다. 200년간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는 짐작할 수 있다.
사고는 탐욕에서 시작한다. 1100년 자유헌장을 선포한 잉글랜드 노르만 왕조의 헨리 1세는 아들 윌리엄에게 ‘하얀 배’라는 멋진 배 한 척을 선물했다. 배의 속도를 자랑하고 싶었던 선장과 선원들은 전속력으로 질주하다 암초에 걸려 좌초한다. 서로 살겠다고 구명보트에 오르는 바람에 구명보트도 뒤집어진다. 1738년 1월 1월 네덜란드 국적의 노예선 뢰스텐호가 사고로 침몰하자 선원들은 구명보트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노예들을 지하실에 가두고 갑판에 못질을 해 버린다. 이 사고로 노예 66명이 수장된다.
중국 전통의 산해진미의 대명사 ‘만한전석’은 청나라 강희제 때 황실의 연회 음식에서 시작됐다. 만주족과 한족이 함께하는 자리를 의미했다. 제국의 통합성을 뽐내는 자리였다. 만한전석은 하루 두 번 사흘 동안 이뤄지며, 제비집·상어 지느러미·해삼·전복·곰 발바닥·사슴 힘줄 등이 올라왔다고 한다.
현대 중국의 국가 연회는 공산당이 집권한 후 간소화됐다.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2014년 6월 5일 저녁을 두 번 먹었다. 2차 세계대전에서 유럽을 구한 노르망디 상륙작전 70주년 기념 연회에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따로 참석한 탓이다. 세계사와 국제뉴스가 카페에서, 목욕탕에서, 식탁에서 만난다. 아주 일상적인 곳에서 시간의 축적과 공간의 궤적을 느낄 수 있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